"대(代)를 이어 '동업자 정신'까지 계승합니다. "

제약업계 2세들의 모임인 약미회(藥美會)가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는 물론 업계 현안 및 대책까지 논의하는 파워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오너 2세 경영인 20여명으로 구성된 약미회는 매달 한 차례 이상 모임을 갖고 있다.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은 "창업 1세대의 도전정신을 배우고 정보 공유와 친목 도모를 위해 설립된 모임"이라고 말했다. 최근 모임의 주력 멤버들이 경영 실권을 물려받으면서 약미회는 업계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제약협회 회장 선출 및 부회장단 구성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든가,부회장에 약미회 회장을 임명하도록 요구했던 일이 대표적 사례다.

업력 70~80년의 장수 기업이 수두룩한 제약업계에서는 창업오너들의 친목모임도 수십년 전통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모임이 창업 1세대들이 1970년대 초반 설립한 팔진회(八進會).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을 비롯해 이종호 중외제약 회장,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윤원영 일동제약 회장,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어준선 안국약품 회장,허억 삼아제약 회장,유영식 전 동신제약 회장 등 8명이 멤버인 팔진회는 지금까지 정기 골프모임 등을 가지며 활동하고 있다.

팔진회의 전통을 잇는 약미회는 1990년대 중반 '일진회(一進會)'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어감이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1년 전 이름을 바꿨다. 회장은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과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등을 거쳐 지금은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전 동아제약 부사장)가 맡고 있다.

초창기 멤버는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조의환 삼진제약 회장,이장한 종근당 회장,정도언 일양약품 회장,김영진 한독약품 회장,백승호 대원제약 회장 등이다. 이 중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 등 고참급이 모임에서 멀어지고 현재는 40~50대의 오너 2,3세들이 약미회를 주도하고 있다. 주요 활동멤버로는 강문석 대표를 포함해 김정진 한림제약 사장(총무),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이경하 중외제약 부회장,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윤성태 휴온스 부회장,윤웅섭 일동제약 부사장,어진 안국약품 사장 등 20여명이 꼽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장이 약미회 모임을 다녀온 후 임원들에게 업계 정보를 알려주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곤 한다"며 "제약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중요한 핵심 정보들이 오가는 모임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