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뱅커(PB)들이 추천하는 해외 펀드의 최대 트렌드는 '원자재'였다.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과 중동발 위기 등으로 원유와 광물 등 상품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를 포함해 신흥국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도 높아진 상태다.

10대 증권사 PB들은 이 같은 맥락에서 금속 · 광물 관련주에 투자하는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펀드'를 최고의 해외 펀드후보로 꼽았다. 국가별로는 과열 논란을 빚고 있는 이머징시장보다는 서서히 경제 회복 중인 미국 펀드에 주목했다.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AB글로벌고수익증권펀드'는 분산투자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상품으로 꼽혔다.
[PB들이 꼽은 유망 펀드·부동산] 인플레 여파 원자재펀드 두각…살아나는 美시장 기대 '솔솔'
◆광업주 · 천연자원 · 농산물에 주목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펀드'는 조사에 참여한 PB 50명 가운데 가장 많은 15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 펀드는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 월드광업주 증권모투자신탁'에 투자하는 펀드로 국내 등록 원자재 관련 펀드 중 규모가 제일 크다. 투자 대상인 모 펀드는 순자산의 70% 이상을 기초금속과 산업광물 관련 금속회사 주식에 투자한다. 문용훈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지점 PB는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단기뿐만 아니라 장기 수익률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김중석 미래에셋증권 잠실지점 PB도 "수급상 가격 인상이 기대되는 원자재에 분산투자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천했다.

'JP모간천연자원펀드'(9명)와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디티펀드','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펀드'(각 6명) 도 추천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 중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펀드는 농산물 관련 상품선물로 구성된 로저스 국제상품지수(RICI)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다. 농산물 가격 급등세를 타고 고수익을 올리면서 지난해 설정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대신증권의 한 PB는 "원자재 펀드 중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어 1년 이내로 투자하기에도 적당한 인플레 관련주"라는 설명을 달았다.

◆선진 증시 살아난다…미국 펀드 추천

국가별로는 '피델리티미국증권펀드'가 11표를 받아 추천 해외 펀드 2위에 올랐다. 오영아 동양종금증권 PB는 "미국 소비시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으며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이익의 고점 경신이 진행 중에 있다"고 추천했다.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PB는 "미국 시장은 세계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일 뿐 아니라 이머징시장과 원자재 외에 분산투자용으로도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 등 미국 우량 투자은행에 자산 중 60%를 투자하는 '한국투자월스트리트펀드'도 복수 추천을 받았다.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 펀드의 인기가 여전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설정된 중국 본토펀드인 'PCA차이나드래곤펀드'가 3명에게서 추천받았고,'신한BNPP봉쥬르차이나펀드'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펀드' 등도 관심 대상으로 꼽혔다. PB들은 중국 소비시장 확대 수혜가 예상되는 만큼 긴축 우려가 불거졌을 때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러시아와 인도 펀드도 여러 명에게 추천받았다. 정진욱 삼성증권 코엑스지점 PB는 "원유가격 인상과 러시아 경제 안정으로 주식시장 매력이 커졌다"며 'JP모간러시아펀드'를 추천했다.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펀드'는 젊은 층의 인구가 늘면서 신흥국 중에서도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추천받았다.

◆하이일드 채권형 등 분산투자도

PB들은 분산투자 차원에서 다양한 해외 펀드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의 'AB글로벌고수익증권펀드'는 비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다.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는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에 특히 기회다.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만큼 신용등급이 낮은 하이일드채권도 가격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훈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PB는 'AB글로벌고수익증권펀드'에 대해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은행 정기예금의 대안상품으로 편입할 만하다"고 말했다. '도이치글로벌전환사채투자신탁펀드' 등 전환사채 펀드도 주목받았다. 전환사채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녀 다양한 경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