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모스크바 시장단과의 만찬 호스트를 맡은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사진)이 예정 시간보다 1시간반 빠른 오후 5시30분께 행사장에 나타났다. 시장 일행을 환영하는 현수막 글귀까지 일일이 챙기며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행사 직전 정 회장을 만났다. 그는 "교통인프라 개선을 추진 중인 모스크바시 측이 먼저 만나자고 제의했다"며 "범현대가 계열사들이 전동차 건설 엘리베이터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 상호협력 분야가 많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만찬이 끝난 오후 9시,행사장을 빠져나온 정 회장은 세르게이 시묘노비치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의 왼쪽 옆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소뱌닌 시장 일행이 숙소로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한참을 서 있었다.

의전 차량이 떠나자 그의 얼굴엔 안도하는 듯한 웃음이 엷게 번졌다. 성과를 거뒀느냐는 질문에 정 회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답했다. 서울시 초청으로 24일 방한한 소뱌닌 시장단 일행은 범현대가와의 만찬에 이어 25일엔 LG상사,LG CNS(오찬),롯데그룹(만찬) 측과 만나고 26일엔 삼성전자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작년 1월 취임한 이후 정 회장은 일절 언론과의 접촉을 삼갔다. 성과로만 알려지길 원한다는 뜻을 늘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하면 으레 찍는 외부 배포용 사진 하나 없을 정도다. 이날도 취임 1년 성과에 대해 묻자 정 회장은 "그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신에 36개 해외 전체 거점을 돌아보는 등 현장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모스크바 시장과의 면담에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현대건설 등 범현대가가 결집한 것도 정 회장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오는 28일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출국해 현장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튼튼한 오너십 경영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현대종합상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가량 늘어나는 등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현대로템과 공동으로 우크라이나와 고속전동차 90량 공급계약을 체결했고,24일엔 한국전력과 함께 1억달러 규모의 카자흐스탄 송전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권해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계열에 편입된 이후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혜택을 누리면서 올해는 이익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