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

SK텔레콤이 애플 아이폰을 출시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아이폰을 독점 판매해 왔던 KT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고,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전략적 제휴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을 내놓지 못한 LG유플러스는 단말기 확보에 어려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신 · 제조사의 상이한 셈법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는 특정 통신사와 제조사 간의 연합 전선이 무너지는 신호탄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로아그룹은 24일 긴급 보고서를 통해 "'KT-아이폰 대 SK텔레콤-안드로이드폰'의 경쟁 구도가 붕괴되고 같은 통신 사업자 내에서 다른 단말기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는 KT와 LG유플러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SK텔레콤은 아이폰 경쟁력 확보와 그에 따른 일인당 평균매출(ARPU)이 높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KT는 아이폰 독점에 따른 프리미엄이 사라질 것"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냈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애플 아이폰이 SK텔레콤으로 나오더라도 삼성전자 등 국내외 제조업체와 관계가 개선되고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제는 서비스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더욱 개선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KT보다 더욱 다급해진 곳은 LG유플러스다. 이 회사는 SK텔레콤이나 KT와는 달리 1.8기가헤르츠(㎓)대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어 휴대폰 제조업체에서는 LG유플러스용으로 단말기를 별도 제작해야 한다. SK텔레콤이나 KT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주요 스마트폰을 손쉽게 들여올 수 있는 반면 LG유플러스는 단말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도 아이폰을 단말기 라인업에 포함시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이폰을 내놓지 못한 사업자가 되면서 가입자 이탈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소비자 선택권 커져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권이 크게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최근 모토로라는 SK텔레콤과 23년간 이어졌던 제휴 관계를 깨고 KT로 단말기를 출시하기로 했다.

대만의 HTC도 SK텔레콤에만 스마트폰을 공급해 오다 최근 들어 KT에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고,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SK텔레콤에 몰아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KT에 단말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의 후속작인 '갤럭시S2'도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 3사에 모두 출시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이동통신사를 옮길 이유가 줄어드는 대신 요금제나 서비스 등으로 통신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휴대폰이 특정 통신사에만 나오는 일이 많아 해당 제품을 구매하려고 통신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이통사만 선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