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회복에 힘입어 가계소득과 소비가 증가하고 소득 불평등도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물가 급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실질소득은 5분기 만에 감소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363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도 월평균 312만9000원으로 2.8% 늘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득에서 세금 및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295만8000원으로 5.4%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67만1000원으로 2.2% 증가했다. 한 달에 363만2000원을 벌어 67만1000원을 저축하는 것이 지난해 평균적인 가계의 모습이었다.

가계 지출은 월평균 296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6.7% 늘었다. 가계 지출 중 비소비지출은 67만4000원으로 7.6% 늘었다. 소비지출은 228만7000원으로 6.4% 증가했다.

소득수준별로는 상위층보다 하위층의 증가율이 높았다. 소득 하위 20% 계층인 1분위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119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었다. 2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239만9000원으로 8.8% 증가했다. 3분위 소득은 6.4% 늘었고 4분위와 5분위 소득 증가율은 각각 5.4%와 4.4%였다.

이에 따라 계층 간 소득 격차는 소폭 줄었다. 지난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는 0.31로 전년도(0.314)보다 0.004 낮아졌다. 지니계수가 낮을수록 불평등이 덜하다는 의미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배율은 5.66으로 전년도 5.75보다 낮아졌다. 소득이 중위의 50% 미만인 계층 비율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가계수지가 개선됐지만 지난해 4분기는 물가 급등의 영향으로 가계 실질 소득이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가계 월평균 실질소득은 307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감소했다.

분기별 가계 실질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로 연간 상승률 2.9%를 웃돌았다.

지난해 4분기 월평균 소비지출은 230만8000원으로 2009년 4분기보다 4.2% 늘었으나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1.3%에 그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