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알 자지라' 명예 실추"

`중남미의 알 자리라'로 내세워온 위성방송 텔레수르(Telesur)가 리비아 사태를 심각하게 왜곡보도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텔레수르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 언론에 맞서 정보 주권을 지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볼리비아, 쿠바 등의 참여 속에 지난 2005년 출범시켰다.

24일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텔레수르는 전날 리비아에서 유혈 시위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수도 트리폴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텔레수르는 특히 트리폴리 시내 중심가에서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데 다른 외국 방송들은 리비아가 사실상 내전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화로 5분간 현지 상황을 생방송으로 전한 텔레수르의 호르단 로드리게스 기자는 리비아 경찰 당국에 의해 텔레수르 취재진이 5시간 가량 억류됐다 풀려난 사실에 대해 "우연히 발생한 일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었던 것은 물론 "리비아 국민은 카다피를 '대통령'이 아니라 '신'이라고 말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로드리게스 기자는 또 리비아에서 시위대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시위대가 군 기지와 공공건물 점거를 시도하다 발생한 충돌 과정에서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텔레수르와 국영 TV를 통해 보도된 이후 베네수엘라에서는 트위터 등을 통해 "차베스 정부가 친(親) 카다피 여론을 조성하려고 텔레수르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자 텔레수르는 "로드리게스 기자의 보도는 리비아 전국이 아니라 트리폴리 상황만을 전한 것"이라면서 트리폴리는 카다피가 장악하고 있으나 일부 도시는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보도했다.

텔레수르는 지난 2009년 6월 말 온두라스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 사태를 신속 보도하면서 '중남미의 알 자지라'라는 명성을 얻었으나 이번 리비아 사태 보도로 위상에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특히 텔레수르의 보도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시위 사태가 베네수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려는 차베스 대통령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