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의 압도적 지지율 획득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51)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시장에 당선됐다.

시카고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자택이 있는 곳이며 올봄 오바마 대통령의 2012 재선본부가 출범하는 곳이다.

시카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밤 9시30분 현재 97%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이매뉴얼 전 실장이 31만3천여 표를 획득, 55%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차기 시카고 시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1위 후보의 득표율이 50% 미만일 경우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하지만, 이매뉴얼은 24%의 득표율(13만7천여표)을 얻는데 그친 2위 게리 치코(55) 전 시카고 교육위원장을 31% 포인트 차로 크게 따돌렸다.

캐럴 모슬리 브론 전 연방상원의원과 미구엘 델 바이예 서기관은 각각 9%씩 득표했다.

시카고 선관위는 이날 시카고 유권자 투표율은 40%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매뉴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금모금 능력과 압도적인 여론 지지율을 기반으로 '강력한 통치력을 지닌 시장에 익숙한' 정치문화를 가진 시카고에서 시장직에 오르게 됐다.

시카고에서 유대인이 시카고 시장직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매뉴얼은 오는 5월16일 취임식을 갖고 시카고 시장 임무 수행에 들어간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본부가 출범할 시카고는 '백악관 실세' '오바마의 오른팔'로 불리던 이매뉴얼의 수중에 놓이게 됐다.

지난 1989년 리처드 M.데일리(68)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자금모금책으로 활동하며 정치적 기반을 다진 이매뉴얼은 데일리 시장이 7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백악관 비서실장직을 사임하고 시카고로 복귀,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이매뉴얼의 시카고 시장 도전기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매뉴얼은 최근 2년간 워싱턴 D.C.에 체류한 사실이 출마자 거주 요건에 어긋난다는 소송을 당해 2심에서 패소하고 후보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가 조기투표 시작을 목전에 두고 주 대법원으로부터 자격을 회복했다.

선거 막판에는 백인 노동자 계층이 중심이 된 거대 노조 지도부로부터 반(反)유대주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인종대결 구도로 기우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매뉴얼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프리미엄과 흑인사회에 신뢰가 높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에 힘입어 이 같은 현상을 극복했다.

이매뉴얼은 1992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재정담당으로 활약, 그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고 이후 클린턴 행정부에서 5년간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냈다.

2002년 시카고 북부를 지역구로 하는 일리노이 연방하원 선거에 첫 출마한 이매뉴얼은 2008년까지 3선을 연임했다.

이매뉴얼은 당시 시카고를 기반으로 일리노이 주 상원 및 연방상원의원을 지낸 오바마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이매뉴얼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8 대선에서 승리한 후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선임돼 오바마 행정부 초기 정책 결정을 이끌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데일리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이매뉴얼에 대한 공식 지지 선언을 하지는 않았으나 이매뉴얼에 대한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달 이매뉴얼 경쟁 후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카고를 방문, 이매뉴얼 지원 유세를 강행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선거는 22년간 시카고 시장을 역임한 데일리를 대체할 인물을 선출한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윌리엄 데일리(62) 백악관 비서실장의 친형인 데일리 시장은 지난 1989년 시카고 시장에 당선된 후 6선을 연임했고 이들 형제의 아버지인 리처드 J.데일리도 지난 1955년부터 1976년까지 22년간 시카고 시장을 역임했다.

이로써 이매뉴얼과 데일리 형제는 백악관 비서실장직과 시카고 시장직을 서로 맞바꾼 셈이 됐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