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시위 진압에 군 전투기가 동원되는 등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 상황이 대규모 유혈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알 자지라 방송은 리비아 보안군이 수도 트리폴리에서 전투기 등을 투입해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21일(현지 시간)전했다.트리폴리 외곽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이날 알 자지라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리비아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가 트리폴리의 여러 지역을 차례로 폭격해 많은 사람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리비아 야권 단체인 ‘진실과 정의를 위한 리비아 위원회’의 파티 알 와르파리 대표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군 비행기가 트리폴리에서 민간인과 시위 참가자를 공격하고 있다” 며 “유엔은 어디에 있고 국제앰네스티는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리비아 국영TV도 이날 보안군이 테러범에 대한 소탕 작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으나 어디서 군사작전이 진행되는지 등의 내용은 자세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앞서 수도 트리폴리로부터 동쪽으로 1000㎞ 떨어진 벵가지에서는 20일 반정부 시위대가 친정부 세력과의 유혈 충돌 끝에 시가지 대부분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시위 지도자들과 시위대 편으로 돌아선 일부 군 병력은 현재 벵가지 시내의 치안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반정부 시위로 집권 42년을 통틀어 최대 위기에 몰린 무아마르 카다피 리바아 국가원수가 자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나섰다.AP통신은 베네수엘라 공보부가 카다피가 베네수엘라로 출국했다는 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안드레스 이사라 베네수엘라 공보장관은 이날 카다피 원수가 베네수엘라로 출국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오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카다피가 베네수엘라에 있다는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카다피가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보를 들었다면서 카다피의 베네수엘라 출국설을 제기했다.익명을 요구한 베네수엘라 소식통은 “그들이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사회도 리비아 민주화 시위의 확산을 경계하고 나섰다.유럽연합(EU)은 21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대한 리비아 정부의 유혈진압을 비난하고 양측에 자제와 대화를 촉구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랍지역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 관해 대화를 나눈 뒤 선언문을 도출했다.선언문에는 “EU는 리비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위대에 대한 진압을 비난하며 폭력과 민간인 사망 사태를 개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또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무력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와 시위대 양측이 자제력을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U 외무장관들은 또 리비아 정부가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들은 선언문에서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합법적인 열망과 요구는 공개적이고 포괄적이며 의미있게 리비아 국민들이 주도하는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돼야 한다” 며 “대화가 리비아와 국민들에게 건설적인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