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회장 허진규)이 캐나다 제약회사를 전격 인수,글로벌 제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선 · 중전기 분야에 이어 바이오 · 의료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중장기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일진그룹은 계열사 일진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캐나다 제약회사인 아이소테크니카(Isotechnika)에 2800만달러(3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일진라이프사이언스는 아이소테크니카 지분 41%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아이소테크니카는 1993년 설립된 회사로 면역억제제 등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신약은 장기이식을 받는 사람의 신체 조직이 다른 사람의 장기를 거부하는 반응을 막아주는 '보클로스포린'이다. 아이소테크니카는 지금까지 이 신약에 대한 임상 2상을 통해 당뇨병 유발 등 부작용을 줄이는 시험 결과를 확보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20여명의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특별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미국 유럽 등에서 최종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일진라이프사이언스는 아이소테크니카 인수로 면역억제제 수요가 큰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보클로스포린'을 생산 · 판매할 수 있는 독점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 면역억제제는 노바티스와 아스텔라스 등 글로벌 제약사가 과점하고 있는 시장으로 작년 말 기준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3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후발주자이지만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충분히 공략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진그룹은 이번 아이소테크니카 인수를 계기로 바이오 · 의료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일진그룹은 1990년 뼈 성장 촉진제를 개발하는 미국 ETEX를 사들인 데 이어 2008년 초음파 진단기를 만드는 알피니언을 인수,바이오 · 의료산업 진출 기반을 닦았다. 작년 말에는 일진라이프사이언스라는 신약 개발 계열사를 설립,허진규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등 공격적인 사업 진출 의지를 보였다.

일진그룹은 아이소테크니카에 이어 바이오 · 의료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내외 기업 인수 · 합병(M&A)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승권 일진그룹 부사장은 "바이오 · 의료사업은 과거 ETEX를 인수하면서 20년간 준비해온 분야"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장기 이식 분야를 시작으로 세계 의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