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는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트리셰 총재는 20일 프랑스의 유럽1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독일 등에서 경제 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임금 인상이 거론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연료값과 상품가격 상승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그러나 2차 효과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차 효과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이나 임금 등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트리셰 총재는 각국 정부와 노조가 가격 안정을 위해 임금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앙 누아예 ECB 통화정책 이사도 지난 18,19일 파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근로자의) 임금 요구가 제한적이어야 한다"며 임금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지난 1월 물가상승률이 2.4%로 ECB의 목표치 2%를 웃돌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진단했다.

트리셰 총재는 포르투갈에 EU 차원의 구제금융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유로존 각국 정부는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양적완화 정책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주범은 아니다"며 자국 통화정책을 또다시 옹호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파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신흥시장의 수요 급증이 최근 글로벌 상품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며 양적완화 정책이 인플레를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