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봄호 특집 '다시 동아시아를 말한다'

역내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인 동아시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의 부상을 냉철하게 인정하면서 과장된 중국 위협론은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번 맥코맥 호주국립대 명예교수는 '창작과비평' 2011년 봄호(151호) 특집 '다시 동아시아를 말한다'에 기고한 논문에서 일본-중국 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제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무력행사를 포함한 제로섬식 접근은 당사자 모두에게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맥코맥 교수는 "일본은 센카쿠 제도 문제에 있어서는 좌ㆍ우를 떠나 자국 주장의 정당성과 합법성에 대한 어떤 비판도 없이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엘리트들도 중국의 입장을 이해할 능력도, 자국을 비판할 능력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내에서 '중국 때리기'가 불러올 역풍에 대한 논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역사적 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중국을 한결같이 위협적이거나 이해 불가능한 타자로 간주한다"고 꼬집었다.

박민희 한겨레신문 베이징 특파원은 "한국이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반면 북한과 담을 쌓고 중국과 거리를 둔다면 동북아의 냉전적 대립은 공고해지고 평화체제 정착은 멀어진다"며 "중국의 부상이란 현실을 인정하되 이것이 주변국에 위협이 되거나 지역질서가 힘으로 무리하게 재편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한미 동맹 절대화'와 한일 군사협력 강화를 우려하는 중국 내 시각을 전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 외교학원의 쑤하오(蘇浩) 교수는 "중국은 한미일이 3국 군사동맹 체제로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한국은 북한만 겨냥한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은 분명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냉전구조의 부활이며 한반도 평화에도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진단했다고 박 특파원은 전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천안함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와 남북관계, 동아시아 전체의 정세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북한의 소행일 경우와 아닐 경우의 시나리오와 각국에 대한 영향을 분석했다.

북한의 경우 어느 가설이 맞느냐에 따라 단순히 호전적인 데 그치지 않고 잡아떼기에 급급한 이해불능의 정권인지, 연평도에서 분명히 정전협정을 위반한 위험한 정권이지만 나름의 예측가능한 셈법을 지닌 집단인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군의 경우도 천안함 공격을 겪고도 또다시 무방비 상태로 연평도 포격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초기대응이 부실하긴 했지만 북의 포격계획에 대한 8월의 감청보고를 묵살한 일이 그럴 수도 있는 수준의 실수였는지 판단이 갈리게 된다고 백 교수는 말했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아시아의 공식적 지역통합이 쉽지 않은 것은 중국이 상대적으로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동아시아공동체로 가려면 국경을 가로지르는 지역통합과 개별국가 안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내부 개혁이 쌍방향으로 추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