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이란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부 품목의 가격만 뛰거나,짧은 기간 동안 물가가 치솟다가 안정되는 상황을 인플레이션이라 칭하지는 않는다.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심하면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50%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상태가 1년 동안 이어지면 물가수준이 1년 전에 비해 100배 이상 높아진다.

역사상 최악의 초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 벌어졌을까. 흔히들 1차대전 후 독일,2008년 짐바브웨 등을 떠올린다. 패전국 독일은 전비 배상을 위해 화폐를 대거 찍어낸 결과 1923년 인플레이션율이 1600만%를 기록했다. 독재자 무가베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펴느라 돈을 마구 찍어낸 짐바브웨의 2008년 인플레이션율은 12억%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1993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나타났던 초인플레이션에 비하면 약과다. 1990년대 초반 내전이 벌어지자 전비 조달을 위해 유고슬라비아 정부는 24시간 내내 돈을 찍었고 화폐개혁도 20차례나 단행했다. 1993년 물가상승률은 6000조%에 이르렀다. 1923년 독일 인플레이션율의 500만배다. 유고슬라비아 다음으론 2차 세계대전 직후의 헝가리였는데 1945년 8월부터 1946년 7월까지 물가가 4200조% 치솟았다.

한국에선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기준이 소비자물가상승률 4%(전년동월대비)다. 한은이 정해놓은 물가안정목표(3±1%)의 상단이 4%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달 4.1%를 기록해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여기에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뜀박질하고 있어 이번 달 4%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번 주엔 국제유가 움직임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요르단 바레인 등 북유럽 및 중동 국가에서 민주화 시위가 잇따르며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17일 배럴당 99.5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번 주 아랍권에서 시위가 격화하면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이 상황이 되면 이번 달 및 다음 달 물가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0.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경기회복 영향이 가계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도 이번 주에 나온다. 통계청이 24일 '2010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을 통해 가계의 소득 및 지출 상황을 발표하며,한은은 21일 '2010년 4분기 중 가계신용'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내놓는다.

경제지표 중에선 24일 나오는 소비자조사동향이 관심을 모은다. 지난달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두 달 연속 하락한 반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두 달 연속 뛰어 3.7%를 나타냈다. 성장잠재력 훼손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인구 정체가 지난해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23일 통계청 발표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