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윤천 씨의 시화집 《십만년의 사랑》(문학동네 펴냄)은 '너'라는 대상에게 보내는 사랑 노래들로 가득하다. 사랑을 품고 사랑을 기다리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은 43편의 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러나 단순한 '연시류'에 머물지 않는다. '너'를 끌어안고 이곳에서 기다릴 수 있는 '나'의 여유와 인내는 무심히 길어 올린 듯한 어휘와 '살 냄새 나는 말본새'를 통해 중의성을 갖는다. 유화는 한희원 씨가 그렸다.

'오래고도 지극한 여정을 우리는 왔다/ 강물의 거친 살결들이 쉬지 않고 제 주름을 접었다가/ 푸는 속을,역린(逆鱗)처럼 세차게 거슬러서/ 너에게로 닿기까지 십만 년이 걸렸다. '('십만년의 사랑' 부분)

'너를 열고 싶은 곳에서,너에게로 닿고 싶을 때// 아무도 모르는 저 은밀한 해제의 지점에서// 쇠나비 한 마리가 방금 날개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그의 차가운 두 닢이 바스락거리기라도 하듯이//한번은 펼쳐주어야만,나는 너에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경첩'부분)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