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3년의 정치 · 외교 · 안보 분야 정책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공직부패 척결,여야와의 소통,개헌제안 등 정치개혁 과제를 가장 미흡한 분야로 꼽았다. 일방적으로 '퍼주기'를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낙제점' 평가를 받았다. 다만 외교분야에 대해선 한 · 미 동맹 업그레이드,자원외교 성과 등을 인정하면서 '보통 이상'의 점수를 줬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학계 연구기관 정치인 등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는 5점 척도(5점:매우 잘했다,4점:잘했다,3점:보통이다,2점:못했다,1점:매우 못했다) 방식으로 이뤄졌다.


◆'원칙만 있고 성과 없는' 대북정책

현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은 '비핵 · 개방 · 3000'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 교육 · 재정부문 등을 지원해 10년 내 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을 3000달러 수준에 이르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5점 만점에 2.54점에 머물렀다.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 등으로)비핵화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을 분리해 접근하지 못했다"며 "대북정책 철학의 빈곤과 전략의 부재가 실패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MB가 가장 실패한 부문이 대북정책"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북정책의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북한의 태도변화를 다소 이끌어 내고,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김진무 국방연구원 연구위원)는 평가도 있었다.

천안함 · 연평도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처능력,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관련 정부의 외교적 대응에 대한 평가도 '보통(3점)'을 밑돌았다. 다만 민간인 피살 이후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킨 정부 조치는 비교적 긍정적(3.20점)으로 평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전문가들의 50%가 '천안함 사과와 핵 폐기 진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40%는 '조건 없이 당장 해야 한다",10%는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통일세 도입' 제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성과 낸 자원외교,미흡한 국방개혁

전문가들은 '한 · 미 동맹의 한 단계 격상'에 대해 53.3%가 '잘했다(4점)',13.3%가 '아주 잘했다(5점)'며 후한 점수를 줬다. 자원 · 에너지 외교 노력에 대해서도 86.7%가 양호한 평가(보통 40.0%,잘했다 46.7%)를 내렸다. 최근 들어 외교역량을 시험받고 있는 대중(對中)외교와 한 · 러 신협력체제 구축은 각각 2.20점과 2.47점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외교역량이 대미 외교에 너무 치우쳐져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개혁 분야에서는 전시작전권 반환시기 연장 부문만 '보통(3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고,'군 예산 효율화(2.67점)' 및 '군의 최첨단 전력화(2.50)'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국방개혁이 구호에만 머물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인사 · 소통 "못했다"

정치권 등과의 소통은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당정 간 수평적 소통 관계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1.90점을 줬다. 야당과의 소통에 대해서도 83.3%가 '잘못했다(40%)' 또는 '아주 잘못했다(43.3%)'고 답했다. "MB의 정치개혁을 찾기 힘들다"(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장 · 차관 인사스타일에 대한 평가도 낙제점(2.17점)을 받았다. 집권 초 '고소영(고려대 · 소망교회 · 영남 출신) 내각'과 집권 중반기 이후의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과 맥이 닿아 있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는 "인사가 가장 실패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에 대해서도 46.7%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했고,'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은 16.6%에 불과했다. 36.6%는 '중립'이었다. 예산 독립과 중앙권한의 이양 등 지방분권에 대한 점수도 보통 미만(2.43점)에 머물렀다. 공직자의 청렴성이 전 정부보다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36.7%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