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 개발사업 분야의 '큰 손'인 군인공제회가 자산운용 방식에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라 주식 · 채권 등 금융투자 부문을 강화하고 수억원짜리 소규모 사업에도 적극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군인공제회는 16일 서울 도곡동 군인공제회관에서 증권 · 건설 ·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44명을 초청해 가진 투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올해 금융부문 1조원대 투자

군인공제회는 군인과 군무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1984년 설립돼 작년 말 현재 8조3109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연기금 가운데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에 이어 네 번째 규모다. 특히 사모투자펀드(PEF)와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대형 전주(錢主)로,금융 및 건설분야 150개 프로젝트에 6조2154억원(작년 말 기준)을 투자하고 있다.

군인공제회의 자산은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이 포함된 금융 부문 3조1510억원(37.9%),건설 · 주택 부문 3조644억원(36.9%)이다. 세계 10대 조선사 중 하나인 성동조선해양의 최대주주(34.8%)이며 극동건설 메가박스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또 맥쿼리증권 KTB투자증권 등의 PEF 투자와 대림산업 롯데건설 STX건설 등과 PF 및 주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올해 금융 부문 1조610억원을 포함해 총 2조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금융투자 부문 신규투자 규모가 처음으로 건설개발사업 투자액을 앞지를 전망이다. 양원모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신규 투자금 2조원 중 60~70%는 상반기 중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금융투자 부문 신규 투자는 △주식 2800억원 △채권 2152억원 △대체투자 5658억원 등이다. 이는 작년 신규 투자액(7900억원)보다 2710억원(34.30%) 증가한 것이다. 군인공제회는 작년 말 기준 1조원어치 주식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개발 · PF 사업에 2537억원,해외주택 사업에 6186억원 등 건설 및 개발사업에 8723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이 부문 작년 신규 투자액(1조200억원)보다 1477억원(14.48%) 줄어든 것이다.

◆"돈 되는 것은 다 한다"

양 이사장은 운용수익 극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건설 · 주택 부문을 대신해 금융투자 부문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국내와 해외 유망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투자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진영호 군인공제회 금융사업부 이사장은 "지난 11일 2000선이 깨졌을 때 400억원을 집행했다"며 "시장 조정 때마다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금리가 인상 추세에 있을 것으로 보여 채권은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주식에서 22.0%, 채권에서 7.1%의 수익을 올려 주식 · 채권운용으로 연기금 최고 수준인 15.3%의 수익을 달성했다.

양 이사장은 "종전엔 1000억원대 이상 대규모 사업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조달금리 이상의 수익만 가져온다면 1억원 단위의 소규모 사업도 투자할 것"이라며 "1000억원 미만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얘기는 잊어달라"고 강조했다. 수익성을 고려해 5년 이내 단기 · 소규모 사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변신은 작년 PF 부문 손실로 인해 상각 규모에 따라선 지난해에도 적자를 냈을 가능성이 커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는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군인공제회가 다시 건설 · 개발사업 부문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