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경제특구인 나선(나진 · 선봉)시에 우회진출한 한국 기업에 이달 초 수익금을 배분,투자유치 성과를 부각시키며 한국 기업의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일 함경북도 나선시에서 원정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기업 ㈜매리에 미화 2만8873달러를 송금했다(사진).4개월치(2010년 8~12월) 수입금을 나선시에 있는 황금의 삼각주은행을 통해 ㈜매리 상하이법인(매리 상하이 유한공사)에 입금한 것이다. 나선시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기업에 사업 수익금을 지불(은행 송금)한 첫 사례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갈수록 심해지는 나선시의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하려는 차원으로 분석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남측 기업이 나선에 투자하더라도 단기간에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남북경협 사업의 재개와 남한 기업의 투자유치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매리는 2007년 4월 상하이법인을 통해 조선 나선강성무역과 원정물류센터 건립 · 운영 계약을 맺고 지난해 8월 나선시 원정리 5만㎡의 토지에 공장을 세웠다. 당시 통일부가 '정세불안'을 이유로 이 사업을 승인하지 않자 상하이법인을 통해 북한과 합작사업을 추진했다.

정한기 ㈜매리 대표는 "현재 나선에는 목재 등 건축자재를 실은 중국 트럭들이 하루 100여대 이상 출입하고 있다"며 "이들 차량의 통행료 등을 주수입원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에 강성무역이 황금의 삼각주은행에 수익금을 외화로 송금한 것은 평양 무역은행이 승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나선에 투자한 중국 기업 대다수가 투자금에 비해 수익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어 불만이 크며, 특히 은행을 통해 송금을 받는 공식적인 결제시스템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