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미국 및 유럽연합(EU) 국가들 이상으로 일본 경제를 강타했다. 고이즈미 정권의 구조개혁으로 일본 경제가 오랜 침체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려는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해 다시 일본 경제에 일격을 가한 셈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발 금융위기가 그 진원지인 미국이나 EU 국가들 이상으로 일본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을까. 그것은 일본 경제가 기본적으로 수출 수요가 생겨야 수출 소득에서 소비가 발생하고 투자도 유발시키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바로 일본 기업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과 EU의 경기침체를 초래했고,이에 따라 일본의 수출은 활기를 잃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의 엔화가치가 미 달러 대비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남으로써 일본 제품의 수출경쟁력은 약화됐다. 이는 당연히 투자 및 소비 둔화로 연결돼 일본 정부의 재정지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일본 경제는 다시 침체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의 정책당국 및 기업들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작년 중반부터 수출이 늘고 기업의 수입도 증가하는 등 여러 부문에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간 일본 경제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분석해보면 세 가지가 돋보인다. 우선 수출확대전략을 경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및 EU 국가들 대신에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신흥국,특히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신흥국 시장으로 집중했다. 해당 시장에 적합한 저가품 수출에 의해,그들 국가의 유력 기업들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가령 일본 전자업체인 NEC가 중국 레노보 그룹과 제휴해 개인용 컴퓨터 생산을 맡기고 그 생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및 자본재를 NEC에서 가져가는 등의 방식을 확대시켰다. 엔고의 영향으로 경쟁력이 크게 약해진 가전제품의 경우 해외 생산을 확대하고 대신에 일본의 우위 부문인 반도체 등의 생산에 힘을 집중시켰다.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함으로써 일본에서의 한계 기업들을 과감히 정리,중국 대만 등으로 이전시키고,자신들이 아직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는 분야에서의 생산을 능률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능률화 · 합리화 측면에서 경쟁 기업 간 통폐합을 과감하게 추진한 것도 주목된다. 가령 철강부문에서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이 합병을 추진해 세계 6위 기업이었던 신일철이 일거에 2위가 될 정도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게 함으로써 엔고로 약화된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 또한 자동차 금형부문에서 일본 2위인 후지테크니크가 3위인 미야쓰제작소와 사업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양사의 사업을 통합함과 동시에 양사에 내재한 한계 공장들을 폐쇄시키고 있는데 이런 조치는 규모의 경제 효과 제고와 동시에 코스트 삭감을 꾀하게 될 것이다.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에 정책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책적 노력은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및 인수 · 합병(M&A)을 하기 쉽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엔화 가치를 평가절하시키려고 하는 등 광범위하게 전개됐다. 또한 일본 기업의 해외시장 접근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환태평양 경제제휴 협정(TPP)에 적극 참여하고 FTA 체결국가를 늘리려는 노력도 부단히 해왔다.

이 같은 일련의 노력이 주효해 올 들어 일본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로서는 일본의 경제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한국 경제의 발전에 선용할 수 있는 대응 전략 마련이 절실한 때다.

이종윤 < 한국외대 명예교수·경제학 / 한일재단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