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9%를 기록했다. 당초 예상보다 낮아 긴축 부담이 완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15일 장중 290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식품 가격 반영 비중을 낮춘 새로운 CPI 산정 기준이 적용된 것이어서 '인위적인 하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형수술한 CPI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1월 CPI 상승률이 전달보다 0.3%포인트 오른 4.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3~5.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는 CPI 산정에서 33.0%나 됐던 식품 가격의 반영 비중을 30.9%로 줄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한파와 가뭄으로 채소값이 크게 오르는 등 식품 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해왔다.

중국 정부는 이 밖에 주거비용 비중을 13.2%에서 17.4%로 높이는 대신 △교육 · 오락서비스는 14.2%에서 13.9%로 △의료비는 10.0%에서 9.6%로 △의복비는 9.1%에서 8.6%로 낮추는 등 각 항목의 반영 비중을 소폭 조정했다. CPI 산정 비중 조정으로 체감물가는 크게 오르고 있지만 수치상으로는 덜 오른 것 같은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홍콩 JP모건의 마이클 천 연구원은 "CPI 구성에서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식품의 반영 수준을 낮춘 것은 최근 상황을 고려한 듯하다"며 "전고점인 5.1%를 넘지 않는 수준인 4.9%로 숫자가 만들어지면서 인플레 압력이 높지 않은 것처럼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통계국은 "경제가 크게 발전하고 있는 데 비해 1차상품인 식품 가격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이를 바로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물가상승을 잡을 수 없으니 아예 CPI 산정 기준을 바꿔버리는 방식을 택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교육 · 오락 의료비 등의 비중도 높아졌어야 하지만 오히려 낮아졌다"고 반박했다.

◆물가상승세 꺾이나

비록 CPI가 4.9%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물가오름세가 꺾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상악화와 춘제(설) 영향으로 식품 가격을 중심으로 한 물가상승세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가뭄으로 밀값이 강세를 보이는 등 당분간 곡물값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월 대비 6.6%,전월에 비해서는 0.7%포인트 오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생산자물가의 상승은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CPI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긴축 기조도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리춘밍 광다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통제범위 안에 물가를 묶어놓았지만 돈이 작년에 너무 많이 풀렸고 미국의 양적완화 등으로 올해도 유동성이 만만찮게 늘어날 것"이라며 "긴축 기조를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