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브렌트유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이집트 시민 혁명의 불꽃이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자 원유 트레이더들은 선물 확보에 앞다퉈 나서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2.12% 급등한 배럴당 103.08달러에 거래됐다.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9월26일 103.54달러를 기록한 이래 최고치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이집트 시민 혁명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10% 가까이 치솟았다.

유럽은 원유 수요의 20%가량을 중동산 원유로 충당한다. 중동에 문제가 생기면 브렌트유 등 유럽산 원유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필 플라인 PFG베스트 원유 애널리스트는 "이집트 사태가 인근 국가들로 전이되면서 원유 트레이더들은 2차 오일쇼크를 떠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2차 오일쇼크는 1979년 당시 세계 원유생산의 15%를 차지하고 있던 이란이 이슬람혁명을 계기로 원유 수출을 전면 금지한 데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까지 겹치면서 유가가 3배가량 폭등한 사태를 말한다. 이란은 현재 하루 410만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4위의 원유 수출국이다.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에서 생산한 석유의 상당량이 전 세계로 퍼져간다는 점도 민감한 대목이다. 최근 수일간 브렌트유에 비해 상대적 약세를 보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나 두바이유 가격도 뜀박질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WTI 가격은 이날 정규거래 장에서는 0.9%가량 하락했지만,장 종료 후 전자거래에서는 0.5%가량 오르는 등 중동의 시위 확산 사태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브렌트유와 WTI의 시세 흐름을 하루 정도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두바이유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원자재 거래업체인 바체커머디티의 크리스토퍼 벨류 원자재 거래 담당자는 "중동의 시위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에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우려"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