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프로축구 선수들은 기업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뛴다. 돈을 내고 선수 유니폼에 기업 브랜드를 부착하는 후원사를 '저지(jersey) 스폰서' 또는 '셔츠(shirt) 스폰서' '유니폼 스폰서'라고 부른다. 1973년 독일 축구팀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가 처음으로 도입한 이래 프로축구 구단의 주된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

◆FC 바르셀로나,연 400억원 이상 수입

셔츠 스폰서로 최고액을 받는 곳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다. 지난해 말 5년간 1억5000만유로(2270억원)를 받고 카타르 파운데이션과 계약을 맺었다. 2011~2012년 시즌 유니폼에 이름을 다는 대가로 연 400억원이 넘는 돈을 받는다.

뒤를 이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미국 보험사 에이온으로부터 4년간 1억3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연간 3117만달러(350억원)다. 맨유는 유니폼을 공급하는 나이키로부터도 3000만달러 이상 받는다. 맨유가 에이온과 나이키로부터 받은 금액만 연 6600만달러다. 나이키로부터는 맨유 유니폼 판매 이익의 50%까지 받고 있다.

리버풀도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로부터 연 350억원을 받고 유니폼에 회사 이름을 달았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인 비윈닷컴(bwin.com)으로부터 연 2000만유로(300억원) 이상 받고 있다.

첼시는 삼성으로부터 2150만달러(241억원),토트넘 핫스퍼는 영국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오토노미로부터 1558만달러(175억원),맨체스터시티가 에티하드항공으로부터 1169만달러(131억원),아스널은 에미레이트항공으로부터 857만달러(96억원)를 각각 받았다.

◆다른 종목에서도 탄생할까

셔츠 스폰서는 지역을 연고로 한 구단이 많은 프로축구에 집중돼 있다. 미국의 프로스포츠도 대부분 지역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셔츠 스폰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홍보대행사 호라이즌미디어는 15일 각 리그별 셔츠 스폰서의 가치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셔츠 스폰서를 도입했을 때 미식축구(NFL) 2억3100만달러,프로야구 1억100만달러,프로농구(NBA) 3100만달러,아이스하키(NHL)가 8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릴 전망이다. 팀당 평균으로 따져 미식축구(32개팀) 720만달러,프로야구(30개) 336만달러,프로농구(30개) 103만달러,아이스하키(30개) 26만6000달러의 추가 수입이 발생한다.

국내에도 지연 연고 프로축구 구단들의 셔츠에 기업 이름이 새겨져 있다. 셔츠 스폰서라기보다는 '메인 스폰서' 개념이 강하다. 유니폼뿐만 아니라 경기장 보드 등을 함께 묶어서 판매한다. 경남 FC는 이런 조건으로 지난달 STX와 4년간 160억원에 재계약했다. FC 서울은 GS자이,인천 유나이티드는 신한은행,대구 FC는 두산건설 및 대구은행 등과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인지도 높고 카메라 노출 잘돼야

유니폼 스폰서십은 팀의 인지도가 높아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셔츠 스폰서 가치가 가장 높은 구단은 경제 전문 주간지 포브스에서 선정하는 가장 비싼 구단 순위와 동일하다.

무엇보다 TV 노출이 생명이다. 예를 들어 미식축구는 무리지어 움직이는 데다 공을 안고 뛰는 경우가 많아 축구보다 브랜드 노출도가 떨어진다. 반면 야구는 카메라 노출도가 확실하다. 선수들이 정지된 상태로 오래 있어 브랜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