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급부상한 페이스북과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페이스북은 매출과 종업원 규모에서는 구글의 10분의 1도 안 되지만 이용자 수가 5억명을 넘고,사이트 방문자 수와 체류시간으로는 구글을 추월했다.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적 지위도 위협하고 있다.

SNS 이메일 검색엔진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가 격전을 치르고 있는 부문은 인재 쟁탈전이다. 페이스북은 구글의 온라인 세일즈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셰릴 샌드버그를 2008년 최고운영책임자로 영입한 데 이어 작년에는 샌드버그의 후임자인 데이비드 피셔 부사장마저 광고담당 부사장으로 데려갔다.

이 밖에도 애드센스 안드로이드 크롬OS 구글맵 구글웨이브 등을 개발하던 인력들이 페이스북으로 이직하면서 구글은 핵심 기술과 노하우마저 잃을 위험에 처했다. 구글은 더 이상의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전 직원의 연봉을 인상하고 대규모 보너스를 지급했다.

'꿈의 직장'으로 칭송받던 구글의 인재들이 페이스북으로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페이스북의 조직문화다. 페이스북은 제품 개발자들이 프로젝트의 종류와 진행 일정 등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시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진행하는 '핵카톤(hackathon) 회의'를 통해 각자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주고받도록 한다. 반면 구글은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던 설립 초기 기업문화가 퇴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신제품 개발보다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으며,사소한 부분까지 통제받고 있다는 불만이 구글 내부에서 나온다.

본보기로 삼을 만한 스타 창업주가 있다는 점도 페이스북의 매력이다.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SNS 기업을 일궈냈다. 많은 인재들이 저커버그가 제시하는 사업 비전에 이끌려 페이스북으로 이직했다. 구글맵과 구글웨이브 개발을 주도했던 라스 라스무센 전 구글 수석엔지니어는 "저커버그를 만난 뒤 그의 능력과 비전에 반해 페이스북으로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스톡옵션 등 금전적 보상은 물론 성장 욕구 충족과 조직에서의 인정 등 비(非)금전적 보상을 통해 우수 인재를 끌어당기고 있다. 게다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인재 전쟁은 기업이 인재 유치 및 관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수년간 정보기술(IT) 업계의 우수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구글이 이제는 심각한 인재 유출에 직면했다. 최근 인재들이 몰려드는 페이스북도 또 다른 경쟁 기업이 출현하면 언제든지 구글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기업은 우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의 관료화를 경계하고 역동성을 유지해야 한다.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최고경영자의 기업가 정신은 인재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 인력 이탈을 막으려면 충분한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자아실현 기회 등 비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재원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w2010.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