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스라엘 간의 경제교류가 수출,수입,기술 협력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필요한 협상도 많아지고 있다. 협상 때 한국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끈질기다는 것이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이들을 상대하는 우리 한민족들도 참으로 끈질기다. 선수는 선수가 알아보는 법이다.

이스라엘에서 발전소 건설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 끈질기게 가격을 깎아줄 것을 요청하는 이스라엘 발주처 때문에 혀를 내둘렀다. 이 한국 회사는 다른 나라에서도 발전소를 지어준 적이 있는데,그곳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발전소의 효율이 더 좋게 나오자 감사 인센티브를 받은 적도 있다.

또 다른 예는 얼마든지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다이아몬드센터는 미국 뉴욕,인도 뭄바이,홍콩,벨기에 앤트워프와 함께 세계적이다. 다이아몬드 거래에서 한국은 바이어 입장에서 이스라엘 측 셀러로부터 다이아몬드를 구입한다. 주로 양측의 거래관계가 오래되고 신뢰에 바탕을 둬야 가능한 비즈니스다. 조금이라도 비싸게 다이아몬드를 팔려는 이스라엘 셀러와의 끈질긴 협상에 지친 한국 바이어가 "나는 그동안 당신과 거래를 오랫동안 했는데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도 그 다음 날 이스라엘 셀러가 어제 일은 없었다는 듯이 찾아와 "어제의 마지막 가격 조건으로 팔겠다"고 하는 바람에 기가 질렸다.

기술 도입 협상에 관한 사례도 있다. 한국 회사가 이스라엘의 연구소에서 개발한 나노기술을 도입하는 협상이었다. 협상의 걸림돌은 기술 소유권과 이 기술을 사용한 제품의 지역 판권에 관한 것이었다. 1년간의 협상에 답답함을 느낀 한국 측 사장이 이스라엘에 직접 날아왔다. 이스라엘 연구소의 작은 회의실에서 한국 사장은 "오늘 끝장을 봅시다. 그리고 당신들 나와 합의안에 서명하기 전에는 이 방에서 절대 못 나갑니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측은 발을 빼려는 의도로 "점심 먹고 합시다"고 외쳤지만 한국 사장은 피자까지 시켜가면서 협상을 진행했다. 늦은 점심에 허기진 배를 피자로 채우자 갑자기 찾아온 포만감과 한국 사장의 끈질긴 모습에 결국 이스라엘 측은 서명했다. 그러고는 이스라엘 측 사장은 "당신처럼 끈질긴 사람은 처음"이라고 말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서 방문을 확 닫아버렸다. 은근과 끈기의 한민족이 이긴 것이다.

한국에서는 탈무드가 한 권으로 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탈무드가 전시돼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장대함에 기가 질린다. 탈무드는 유대교의 율법,전통 등에 관한 사상을 율법학자들이 계속 의문을 가지면서 대화하고 논쟁하며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 또한 그들의 끈질긴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로부터 기술개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유대인들의 끈질긴 기질과 끊임없이 연구하는 탈무드 정신이 바탕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영선 < KOTRA 텔아비브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