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생각보다 대단히 이기적인 관계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크던 작던 이해(利害)가 없으면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아무런 대가없이 도와준다고 하지만 막상 그 사람이 모른 척 등을 돌리면 섭섭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마음 한 구석에 바라는 것이 있었다는 얘기다. 성인군자라 하더라도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세상이 그런 것이다.
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상 맹상군은 높은 인덕과 명망으로 식객이 무려 3000명이나 되었다. 많은 식객을 보며 그는 언젠가 이들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맹상군이 왕의 의심을 받아 관직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자 식객들은 하나 둘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버렸다. 배신감을 느낀 맹상군은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절감했다.
그 후 맹상군은 식객 중 유일하게 곁을 떠나지 않은 풍환의 도움으로 다시 관직을 회복할 수 있었다. 맹상군은 과거를 생각하며 풍환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나를 떠난 그들이 어찌 다시 내 얼굴을 볼 수 있겠는가? 만약 나에게 다시 오려는 자가 있다면 그 얼굴에 침을 뱉을 것이다.”
그러자 풍환은 맹상군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처럼 원래가 그런 겁니다. 아침에 시장이 서면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저녁이 되면 사람들은 시장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샀을 뿐 아니라, 시장에는 더 이상 물건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그런 겁니다. 부귀할 때는 주위에 사람이 모여들다가도 가난하고 천하면 친구마저 떠나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여워 마시고 다시 식객들을 받아들이고 예전처럼 대해 주십시오.”
필자의 ‘다사모’에는 늘 일정한 숫자의 사람들이 모인다. 초기에 나오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떠나면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며 부증불감(不增不減),언제나 일정한 사람들이 참석을 한다. 모임에 나와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가슴 속에 바라는 마음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것이 어느 순간 이루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모임에 나오는 게 뜸해진다. 무엇 때문에 안 나오냐고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 세상 이치가 원래 그런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움을 받으면 으레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로 그 말을 하는 순간에는 그럴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하면 그 말은 없던 일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필자는 그런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사람이 지금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인정할 뿐이다. 그냥 그 마음만 받는다.
주었으면 잊어버리고 이해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오면 가고 또 가면 오고, 세상이 이해에 따라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해 저문 산야에서 나그네를 만나거든, 어디에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물을 것도 없고 굳이 오가는 세상사를 알려고 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다. (hooam.com/whoim.kr)
☞ 차길진 칼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