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앞두고 돌연 사라진 약혼자…하나씩 밝혀지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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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자가 사라졌다. 예비신랑 김명철 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건 월드컵 그리스전이 열린 지난해 6월 12일. 그의 여자 친구 현주 씨에겐 그날 밤 "너의 과거와 돈 문제 등으로 힘들었고, 다른 여자가 생겼다. 이제 내게 연락하지 마라"는 문자 한 통만 왔을 뿐.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결혼식을 불과 넉 달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여성의 사연을 전한다.
약혼자가 사라지고 현주 씨는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연결돼지 않았고 오히려 낯선 여자로부터 "명철씨가 너로 인해 힘들어 하니 더 이상 찾지 말라"는 전화를 받기까지 했다. 그 날 이후 명철은 더 이상 연락이 없고, 그의 흔적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과연 그는 결혼식을 앞두고 마음이 바뀌어 잠적한 것일까.
김명철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남자 K.
실종된 그날, 명철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약혼녀 현주 씨의 친구인 사채업자 K였다. 명철의 사업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연락해 온 K와 최실장이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고, 그 뒤 사라진 것이다.
K의 말에 따르면 명철의 차에서 최실장과 함께 사업얘기를 나눴고, 그 후 명철이 최실장으로부터 계약금 3천만원을 건네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추가로 돈을 빌려달라고 해 명철의 차를 담보로 차용증을 작성한 뒤 2500만 원을 추가로 대출해줬다는 것이었다.
돈을 모두 받은 명철은 평소 사용하던 휴대폰이 아닌 다른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고 "중동터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며 차를 두고 떠났다는 것. K는 명철에게 받아둔 차용증과 대출서류를 보여주면서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씩 밝혀지는 K의 거짓말, 도대체 왜?
그러나 김명철의 가족들은 K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범행을 감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K에 따르면 실종 당일 차를 담보로 2500만원을 대출해주었다는 것인데, 김명철의 자동차는 천만원을 주고 산 중고차여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계약에 필요하지도 않은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을 명철에게 가져오라고 말했던 것으로 보아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명철은 평소에 문자를 보낼 때 띄어쓰기를 잘 하는데, 약혼녀와 어머니에게 온 문자에는 띄어쓰기가 하나도 돼 있지 않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약혼녀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K가 남긴 글들에 모두 띄어쓰기가 돼있지 않았다. 최실장과 K는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돼 수사를 받게 되는데, 최실장의 진술로 드러난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김명철을 만나 같이 술을 마셨고, K의 사주로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이용해 명철을 잠들게 한 후 의식을 잃은 김명철을 ‘00장식’이라는 사무실로 옮겼다는 것이었다.
수사 결과 K와 최실장이 명철을 업고 ‘00장식’이란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을 본 목격자가 발견되고, ‘00장식’은 K가 사건발생 3일 전부터 한 달간 임차해놓은 점포임이 밝혀졌다. 또한 실종 5일 후 00장식에서 K가 물청소를 한 것이 목격되고, 사용된 물의 양이 전달에 비해 40톤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00장식내부에서 명철의 혈흔과 머리카락이 발견됐다. 하지만 K는 끝까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무실에서 쥐를 잡다 피가 튀었고, 그것을 청소하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사용했다고 했다가 그 뒤 사실 명철과 몸싸움이 있었고, 다툼 후 명철이 도망갔다며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의심스럽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취재 중 만난 부동산직원의 말에 따르면 임대할 사무실을 찾던 K가 요구한 조건이 두 가지 있었다고 했다. 그 중 하나는 사무실에 물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소음이 좀 나더라도 괜찮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K는 가게를 빌린 뒤 밖에서 가게 안을 볼 수 없게 종이를 모두 발라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K가 현주를 오래 전부터 짝사랑해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공연히 현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결혼을 앞둔 시점에 "결혼은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라는 말을 하며 현주 씨의 홈페이지에는 다정스러운 글들을 남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인을 입증할 물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김명철이 살해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상황. 결국 K와 최실장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 흉기 및 감금)으로만 기소가 된 상태. 그 날 명철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고, 과연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결혼을 앞둔 김명철의 실종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고, 범죄와 연루된 실종사건에 대한 수사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본다.
12일 오후 11시 방송.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