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신입사원에게 '베푸는 법'부터 가르칩니다"
눈이 많이 내린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월요일 새벽.아직 어둑어둑한 가운데 침구류업체 이브자리(대표 고춘홍)의 신입사원들이 서울 회기역 부근 회사 앞에 모였다. 손에는 삽을 비롯해 눈 치우는 도구가 들려 있었다. 이들은 회사 앞에 쌓인 눈은 그냥 두고 큰 도로로 나갔다. 대로변과 횡단보도 버스정거장 등의 눈을 먼저 깨끗이 치웠다. 그런 다음에야 회사 앞을 청소했다. '남들이 먼저,우리는 나중'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브자리의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은 특이하다. 상당수 기업에선 '초일류기업이 되는 길''프로정신''승자가 되는 법' 등을 교육시키게 마련이다. 치열한 경쟁에선 무엇보다 이기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브자리는 다르다. 이 회사는 '남에게 베풀라'는 내용을 주로 가르친다. 단순한 정신교육이 아니다. 실제 실천해야 한다.

작년에 수습직원으로 입사한 사람은 34명.절반가량이 여성이다. 이들은 경기 남양주와 성남의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청소 배식 등의 봉사를 했다. 이를 하지 않으면 정규직원이 될 수 없다.

남에게 베푸는 정신을 이 회사는 '3수(三授)정신'이라고 부른다. 3수는 '선수(先授 · 먼저 준다) 충수(充授 · 충분히 준다) 항수(恒授 · 항상 준다)'를 말한다. 모든 임직원은 '이브자리 가치체계'라는 작은 수첩을 갖고 있다. 핵심은 '3수정신'이다. 이브자리가 지난해 다문화가정,연평도 주민 등에 2500채의 이불을 보낸 것이라든지,수십년째 소문 없이 나무 심기 및 나눠주기 운동을 벌인 것,공공장소의 눈을 먼저 치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봉사를 하려면 몸이 튼튼해야 한다며 모든 직원이 마라톤에 나선다. 작년 신입사원 가운데 연말에 입사한 3명을 제외한 31명이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오철식 경영지원본부장은 "여직원을 포함해 하프코스 마라톤 완주율이 100%"라고 설명했다.

창업자인 고춘홍 대표는 직원들에게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면 기업 발전은 저절로 따라온다"며 "기업에 중요한 것은 매출이나 이익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라톤을 수십차례 완주한 경험이 있는 고 대표는 심지어 팔을 다쳤을 때도 붕대를 감고 풀코스를 뛰었다.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가치관 덕분인지 이 회사는 해마다 15~20%씩 매출 신장을 이뤄내고 있다. 작년 매출은 2009년보다 20%가량 늘어난 1820억원(대리점 매출 기준)에 달했다. 경영여건이 어려웠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매출신장률은 비슷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