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통제를 위해 정유사에 이어 통신사에도 강도 높은 가격인하 압박에 나섰다. 지난 9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인가 방식을 재검토하는 등 가격경쟁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연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앞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우리는 그에 앞서 정부가 통신요금 문제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재정부 관계자는 "현행 방식이 통신요금의 과다한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역으로 자율경쟁을 통해 요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여지를 오히려 없앤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가격 인가방식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가격인가제를 신고제로 바꾼다고 한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직 · 간접적으로 요금 규제에 나설 수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문제는 오히려 시장구조와 정책의 경쟁제한적 요소에 있다. 지금의 시장구조는 그동안 정부가 통신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인위적으로 조성, 유지해온 결과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요금인가제도 소비자 후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시장구조를 깨지 않겠다는 정책적 의도와 밀접히 관련됐다고 보는 게 더 옳은 설명일 것이다.

결국 가격인하의 근본해법은 경쟁촉진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우선 사업자 간 서비스 상품경쟁부터 전면적으로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 유 · 무선 경계가 무너지는 등 융합화와 모바일 혁명이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는 판에 지금처럼 다양한 상품 번들링과 요금제 경쟁이 제약을 받는다면 상품경쟁을 통한 가격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통신산업에 대한 일체의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새로운 통신사업자의 진입 등을 통해 시장경쟁을 촉진하겠다고 했지만 전혀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방통위의 직무유기 아니면 정책 실패다. 정부는 무턱대고 기업을 때려 가격을 낮추자는 식으로 나올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경쟁확산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