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의 '빅3'로 꼽히는 브레인 · 케이원 · 창의투자자문이 주도해온 자문형 랩 시장 판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탄탄한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중형 자문사들이 고액자산가들의 인기를 끌면서 대형 자문사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대형 자문사로의 쏠림 현상을 경계하고 민첩하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중형 자문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운용 규모 5000억~1조원 자문사 호조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레오투자자문은 운용자산(8일 기준)이 9250억원으로 브레인 · 케이원 · 창의자문 등에 이어 '1조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작년 초만해도 1900억원을 밑돌았던 운용자산이 13개월여 만에 다섯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HR투자자문도 작년 초 844억원에 불과하던 운용자산을 5100억원으로 크게 불렸고,AK투자자문도 현재 6200억원으로 지난해에만 3000억원 가까이 자산을 늘렸다. 작년 3월 초 문을 연 레이크투자자문도 57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같은 급성장 덕에 이들 자문사는 5000억~1조원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중형사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137개 자문사 중 순위가 10위권 안팎이다.

중형 자문사들이 각광받는 것은 '빅3' 자문사들의 자문형 랩이 과열 양상을 보임에 따라 적정한 운용 규모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자문사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식형펀드도 덩치가 커질수록 수익률이 저조하고 5000억~1조원 규모의 펀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중형 자문사들의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HR투자자문의 일임형 수익률은 작년 35.6%로 코스피지수 상승률(21.8%)을 14%포인트가량 앞질렀고,J&J(31.5%) 레오(27.9%) AK(27.6%)도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류남현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PB(프라이빗뱅커)는 "예전에는 2~3개 대형 자문사의 자문형 랩으로 돈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중간그룹의 자문형 랩으로 40%가량 분산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운용 덩치가 크면 몸이 무거워 수익률에 영향이 생기는 데다 리스크 관리도 어렵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첩한 시장 대응이 강점

최근 지수가 조정을 보이면서 중형 자문사에 대한 투자자 선호도가 더 높아졌다고 증권사 PB들은 입을 모은다.

박종준 우리투자증권 대치WMC(웰스매니지먼트센터) PB팀장은 "시장이 조정권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이 자문형 랩에서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15개 종목으로 구성된 창의투자자문의 랩보다 10개로 종목을 압축한 레오투자자문의 랩이 더 발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투자자들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발 주자인 만큼 투자전략을 차별화한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배준영 미래에셋증권 랩운용팀장은 "브레인 · 창의 자문형 랩의 종목은 이미 시장에 많이 공개됐지만 중형 자문사들은 턴어라운드 업종이나 반도체 장비주 등 새로운 종목을 발굴하는 주특기를 갖고 있어 기대 수익이 크다"고 전했다.

중형 자문사들을 활용해 자문형 랩으로 분산투자를 하는 자산가들도 늘고 있다. 박종준 팀장은 "한 50대 고객은 최근 브레인 · 창의 등 대형 자문형 랩 외에도 레오와 쿼드투자자문에 40억원을 맡겼다"고 귀띔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