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독자 경영' 행보 "금호 社名·브랜드만 유지할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여수 고무2공장 준공식 참석
"타이어 지분 6월 이후 매각, 구조조정 자율협약 연내 졸업"
"타이어 지분 6월 이후 매각, 구조조정 자율협약 연내 졸업"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9일 "선친의 창업 정신이 담겨 있는 금호 사명과 브랜드는 계속 유지하겠다"면서도 "채권단과의 협약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는 철저하게 분리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여수 산업단지에서 열린 합성고무 2공장 준공식에 참석,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이 작년 3월 경영복귀 후 공식 기자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 덕택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을 당초 목표 대비 150% 이상 초과 달성했다"며 "올해도 글로벌 합성고무 시장 호황 등으로 수익전망이 밝아 지난해 채권단과 맺은 경영 구조조정 자율협약을 연내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학계열사 독자경영 체제 다질 것"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선을 명확히 그었다. 그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관계는 이미 채권단에서 분리경영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며 "금호석유화학,금호피앤비,금호미쓰이,금호폴리켐 등 그룹에서 떼어져 나온 석유화학 계열사는 독자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관계가 소원해진 박삼구 회장과의 화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채권단과 합의한 그룹 분리경영 방안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 부자와 고 박정구 명예회장 장남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보가 공동 경영하고,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금호타이어 등은 박삼구 회장이 맡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1.5%)과 관련해선 "선친께서 세우신 회사여서 애정이 많지만 보유 주식 수가 얼마 되지 않고 석유화학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오는 6월 이후 전량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직원들은 작년 11월부터 기존 명함에 있던 그룹 고유의 빨간색 윙(날개) 로고를 없앤 명함을 갖고 다닌다. 기존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전략경영본부 기능을 대신할 회장 부속실을 신설했고,지난해 처음으로 독자적인 공채를 통해 신입 사원을 뽑았다. 회사 관계자는 "분리경영 수순에 따라 현재 기존 기업이미지(CI)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합성고무 회사로 도약
금호석유화학이 이날 준공식을 가진 여수 합성고무 2공장은 연간 12만t의 부타디엔고무(HBR)를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생산설비다. 2008년부터 3년간 총 1700억원이 투입됐다. HBR은 공급이 부족한 천연고무 대체품으로 주로 자동차용 타이어에 사용된다. 이번 공장 증설로 이 회사의 HBR 생산 규모는 연간 16만7000t에서 28만7000t으로 늘어나게 됐다.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와 HBR를 합한 합성고무 시장 점유율도 현재 9.8%에서 10.4%로 높아져 세계 1위의 글로벌 합성고무 메이커 위상을 굳히게 됐다. 회사 측은 이번 증설로 연간 40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초 '비전 2020'을 내놓고 2020년까지 매출액 20조원,세계 1등 상품 20개를 달성해 글로벌 리딩 화학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매출 실적(3조8200억원)의 59%를 차지하는 합성고무 사업의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탄소나노튜브,바이오에탄올 등 첨단소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중국과 인도의 합성고무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며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신공법 개발과 해외 현지업체와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