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확보하는 인재를 양성하라.' '동일 직급이라도 임금 차이를 3배 이상 내라.' '미국 유럽 전문가를 줄이고 중국 인도 전문가를 늘려라.'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기초로 새로 작성한 '지행(知行) 33훈(訓)Ⅱ'에 담긴 내용의 일부다. 삼성은 이 지침을 책자로 묶어 최근 신규 임원 전원에게 배포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역할,기술전략,인재 확보,기업문화 등 경영 관련 33개 분야의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는 이 지침은 이 회장의 어록을 함께 편집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삼성의 새로운 경영 방침으로 볼 수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9일 "이번에 작성한 '지행 33훈 Ⅱ'는 당초 1993년 이 회장이 주창한 지행 33훈을 새로운 경영환경과 그룹의 미래 비전을 반영해 개편한 것"이라며 "향후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33개 지침 가운데 인재 확보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먼저 뛰어난 인재(S급)는 인건비를 아끼지 말고 사장이 삼고초려해서 뽑을 것을 주문했다. 또 천재급 인재와 우수한 여성 인력은 장학금을 주고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직급이라도 3배 이상 연봉을 차등화하는 것이 일류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은 하위 1~3%와 도덕적으로 문제있는 인원을 매년 교체하면 위기가 닥쳤을 때 20~30%를 내보내야 하는 일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신성장동력 확보 전략인 인수 · 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 사별로 전문가 팀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제휴나 스카우트보다 기술력을 갖춘 회사와의 합작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안도 담았다. CEO는 전용기와 헬기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고 해외 출장시 꼭 해외 인프라를 견학하고 유명 인사와의 교류를 통해 견문을 넓힐 것을 당부했다. 지역 전문가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중점 배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최근 이슈인 동반 성장과 관련해서는 물량 보장,공평한 이익 배분,기술 이전 등을 통해 협력사를 육성하라는 지침을 만들었다. 이어 구매와 관련해 부정 가능성이 높은 보직은 수시로,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헝그리 정신을 강화해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지행 33훈 Ⅱ'에는 구체적 경영 지침과 함께 이 회장의 주요 관련 발언이 그대로 담겨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