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은퇴자금 준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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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금 마련은 어떻게…
30세에 연금 시작하면 60세때 月 235만원
40세부터 부으면 한달에 131만원만 받아
30세에 연금 시작하면 60세때 月 235만원
40세부터 부으면 한달에 131만원만 받아
최근 들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재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재테크를 잘해서 돈만 많이 벌어 두면 노후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노후 준비는 재테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후반 인생을 좌우하는 리스크 요인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자산관리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빨리 준비해야 유리
전문가들은 5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을 은퇴 시기라고 가정할 때 은퇴를 위한 준비 기간을 20~30년으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20대부터 은퇴를 준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늦어도 40대부터는 은퇴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달 50만원을 내는 개인연금(수익률 연 6%)에 20년 동안 가입한 뒤 60세부터 20년간 연금을 받는다고 하자.30세부터 50세까지 납입한 뒤 돈을 그대로 놔둘 경우 매달 235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40세에 시작하면 매달 131만원을 받는 데 그친다.
은퇴 준비를 빨리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사는 위험,즉 장수 리스크 탓이다. 지난해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의 장수 리스크는 0.87이었다. 미국의 0.37,일본의 0.35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장수 리스크란 직장에서 퇴직한 후의 은퇴기간이 당초 예상했던 기간보다 얼마나 더 긴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예컨대 퇴직 후 20년 정도를 더 살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30년을 살았다면 장수 리스크는 0.5다. 따라서 장수 리스크가 0.87이라는 것은 예상했던 기간보다 87%의 기간만큼 더 산다는 뜻이다. 특히 고령세대에게 이 리스크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수명은 급속하게 늘어난 데 비해 개개인의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다. 실제로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팀이 의학 발달을 감안한 기대수명을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생존해 있는 1945년 출생자 중 남자는 23.4%,여자는 32.3%가 101세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1년생은 현재 살아 있는 남성 중 47.3%가 94세까지,여성은 48.9%가 96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야말로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장수하는 것이 리스크가 될까. 계획(planning) 때문이다. 계획을 전혀 세워 놓지 않았거나 장수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퇴직 후에도 생각만큼 생활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도 부담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퇴직하면 생활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퇴직 후에는 교제비도 줄어들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행도 자주 가지 못할 것이며 먹는 것도 줄어들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갈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간단히 생활비가 줄어드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과 일본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30~40%가 퇴직 후에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다고 답했다. 퇴직 후에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비 간병비 때문이다. 여기에 요양원 등에서 보내야 하는 기간이 길다는 것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다.
◆자녀교육 '올인' 대신 노후 대비를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당신은 노후에 자녀들의 도움을 기대하는가'라고 물어보면 '예'라고 응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많은 자금을 자녀 교육비에 쏟아 넣고 노후자금 마련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55세 이상 퇴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퇴직자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전체 대상자 중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퇴직을 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무려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은퇴 준비를 못한 이유로는 '자녀 교육비 때문'이라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인해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주위에서 과다한 자녀 교육비 지출로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자녀들은 도움을 주지 않아 고생하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다. 자녀 도움은커녕 열심히 모아둔 자금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에게 주고 본인들은 어려운 노후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많은 돈을 사교육비로 쓰는 것이 과연 아이들의 장래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과감한 교육 혁신을 통해 자녀 교육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절약한 돈으로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노후 대비를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정주부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임의 가입이 가능하다. 젊은 시절부터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60세까지 납입한다면 노후자금 마련에 상당한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다.
직장인은 퇴직연금에도 가입해야 한다. 가능하면 투자형 연금,즉 DC형(Defined Contribution · 확정기여형)이 바람직하다. DC형은 리스크는 따르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투자에 관한 교육을 받을 기회도 많아진다. 여기에서 습득한 투자지식을 다른 자산을 운용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젊은 시절부터 매월 얼마씩이라도 개인연금에 가입해 공적연금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부동산 편중 자산구조 바꿔라
미래에셋 퇴직연구소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총 보유자산은 5억4000만원 정도였다. 여기에서 평균 부채액 6000만원을 뺀 순자산은 4억8000만원 정도다. 50대 후반에 4억8000만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럭저럭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4억8000만원 중 거주용 부동산의 평가액이 4억6000만원가량이었다. 부동산 평가액을 뺀 금융자산은 20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2000만원으로 어떻게 노후 20~30년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집을 팔아서 살아야 하는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집을 팔려고 내놓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집값은 어떻게 되겠는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동산 비중은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자산관리의 원칙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가정의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퇴직 시점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 목표를 50 대 50 정도로 하는 자산배분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인플레이션 고려해야
인플레이션에 따른 노후대비 자금의 가치 하락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물가안정 시대가 계속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량 살포된 자금이 언제 물가를 위협할지 모른다.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 동향 또한 심상치 않다.
인플레가 진행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 3%의 인플레율이 25년간 계속되면 100만원의 가치는 약 48만원,즉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노후에 대비해 오랫동안 가입해온 연금,저축자금이 이런 식으로 줄어든다면 후반 인생이 얼마나 힘들어지겠는가.
젊은 시절부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재산 형성 방법을 실천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예금과 같이 운용의 결과를 금융회사가 책임지는 저축상품보다는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르더라도 고수익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주식 채권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chkan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