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세론을 굳힐지,아니면 친이계가 결집해 대항마를 출전시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야권의 후보 고지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의원들의 친박 이동 속도 붙나

박 전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35% 안팎의 지지율로 여권의 다른 후보에 비해 3배 이상 크게 앞서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정몽준 전 대표,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뒤를 쫓고 있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독주하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가 최근의 지지율을 대세론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실제 한나라당 내 중도파 의원들과 일부 친이계 의원이 최근 친박 진영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공천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박근혜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영남권은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큰 만큼 박 전 대표와의 친분 여부가 당락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 취약지역인 충청 · 강원도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의 우위가 뚜렷한 지역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친박화 경향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론도 없지 않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허수'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는 호남지역과 젊은층의 지지가 상당히 포함돼 있다"며 "이런 표들이 대선에서까지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승부처인 수도권에서의 상대적 부진도 고민거리다.

◆친이 깜짝 후보 나올까

친이계 잠룡군이 지지율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최근 내부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친이계 깜짝 카드'가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친이계의 한 핵심 의원은 "올 상반기에 남북관계나 개헌,국제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 와중에 친이계에서 회심의 카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일부 측근 그룹에서 친이계 후보 띄우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친이계 후보 간의 합종연횡을 통한 단일후보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김 지사와 오 시장,정 전 대표,이 장관 등이 모두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연대를 통해 '박근혜 대 반박근혜'와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구도를 만들 경우 당내 경선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정두언 최고위원 등이 친이계 후보단일화를 위해 물밑에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대선 4수 도전 여부도 관심이다.

◆야권 연대로 역전 노린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 야권의 2012년 대선의 핵심전략은 후보 단일화다. 현재는 박 전 대표에게 크게 밀리고 있지만 단일화를 통해 일 대 일 맞구도가 형성되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 · 2지방선거 학습효과 덕분이다. 진보진영과 가까운 386 출신 이인영 최고위원에게 일찌감치 야권연대연합특위 위원장을 맡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 민주당에선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이 대권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관건은 지지율이다. 손 대표가 지지율을 20%대로 끌어올린다면 손 대표 중심의 단일화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거꾸로 손 대표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복잡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이 이 틈새를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당 일각에서는 김두관 경남지사(무소속)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판 자체를 흔들기 위해서는 경남 출신으로 중앙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신선한 김 지사도 대안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야권 단일후보의 향배는 향후 1년여간의 판세 변화 속에 누가 지지율과 본선 경쟁력,그리고 명분에서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당분간 요동칠 전망이다.

구동회/김형호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