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발(發) 민주화 물결이 이집트를 거쳐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들로 확산될 조짐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9일 "요르단 반정부 운동가들이 수도 암만의 정부 청사 앞에서 사미르 리파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요르단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을 포함한 3500여명의 시위대는 '부패한 자들을 법정으로 보내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흔들며 "리파이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다른 지역의 6개 도시에서도 2500명가량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총리 사퇴를 촉구했다.

외신들은 요르단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 시위를 촉발시킨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요르단의 실업률은 12%에 달한다.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수입으로 살아가는 계층의 비중을 나타내는 빈곤율은 25%를 웃돈다. 물가상승률도 지난달 6%를 넘어섰다. 요르단 정부가 민심을 달래기 위해 최근 생필품에 대한 가격 인하 조치를 단행하고,일자리 창출 대책 등을 발표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서쪽 항구도시 지다에서 금요기도가 끝난 뒤 시위 군중이 모여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쳤으며 경찰은 바로 시위대를 해산하고 시위 참가자 30여명을 연행했다고 전했다. 최근 지다에서는 홍수로 인해 4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하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피해가 확대됐다며 정부를 비난해 왔다.

예멘의 수도 사나와 남쪽 도시인 아덴에서는 대학생들이 튀니지 시위를 지지하며 32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아랍 최빈국인 예멘은 인구의 절반가량이 하루 2달러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살고 있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불만도 크다. 살레 정권은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23일 소득세를 절반으로 줄이고 기초생활 필수품의 가격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튀니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알제리에서도 높은 실업률과 식료품값 인상 등에 항의하는 기습 시위가 거의 같은 시기에 발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