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설 연휴도 잊은 채 지구촌을 누비며 자원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최 회장은 3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브라질과 호주를 잇따라 방문한다.

과거 그룹의 양대 축이었던 정유와 이동통신이 성장 정체를 맞으면서 최 회장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자원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SK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자원개발 부문에 올해 사상 최대인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자원개발에 '올인'

1조7000억원이란 투자 금액은 지난해 1조3000억원에 비해 30%가량 늘어난 규모다. 2008년과 2009년 투자 규모는 각각 7000억원과 9000억원에 그쳤다. 그룹 관계자는 "작년엔 SK네트웍스의 브라질 철광석 업체 투자액 7억달러(8000억원)의 비중이 컸다"며 "사실상 올해가 자원개발 투자를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9월 브라질 에너지기업 EBX그룹의 철광석업체 MMX 지분 14.59%를 사들였다.

최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아이크 바티스타 EBX그룹 회장과 만나 자원 협력 방안을 협의하고,유전 등 산업기반시설 사업에 대한 참여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또 그룹이 투자한 철광석 광산과 석탄 광구 등을 직접 둘러보고,현지 LNG(액화천연가스) 기업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생산 광구 매입과 관련한 투자협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BP가 원유유출 사고 수습을 위해 3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대형 매물들도 많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사업도 확대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금융사업도 '최태원 표' 신사업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초 하나금융지주와 49 대 51로 출자해 하나SK카드를 출범시킨 데 이어 최근엔 KB금융지주와 상호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보유한 SK C&C 주식과 KB금융지주의 자사주 맞교환을 계기로 그룹이 금융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은 선대 회장 시절인 1996년 OK캐쉬백 서비스를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등 금융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R&D 투자도 지난해에 비해 1000억원을 늘린 1조4000억원으로 책정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바쁘다.

그룹은 지난 13일 △녹색에너지 자원 개발(3000억원) △차세대 혁신기술 개발(8000억원) △신성장사업 육성(3000억원) 등에 R&D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지주사인 SK㈜는 독자개발한 파킨슨병 치료제가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는 등 신약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맡아 추진 중인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과 태양광 등도 향후 그룹의 주축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