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전문가들은 일본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지수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들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엔화의 강세흐름이 주춤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본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수 영향 '제한적'vs'부정적'

전날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재정적자 확대 전망을 이유로 일본의 장기국채 등급을 'AA'에서 'AA-'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2002년 4월 이래 8년9개월만이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이 발표된 직후 엔화는 급격한 약세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원·엔 환율도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면 주식시장으로 변동성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는데, 남유럽 재정위기 등 외부충격에 의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두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강화되고 있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파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러나 선진국 주식시장의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단기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이 증시의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S&P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엔화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원·엔 교역환율의 단기적인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은 단순히 교역환율이라는 단일 변수로 평가할 사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고, 재정적자 규모가 큰 미국 등으로 확산될 여지가 적어 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할 이슈는 아닐 것이란 판단이다.

◆자동차株 급락…업종별 영향은?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자동차업종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오전 11시27분 현재 현대차(-3.57%) 기아차(-2.88%) 현대모비스(-5.57%) 등 현대차그룹주는 큰 낙폭을 기록 중이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가 이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약세가 점쳐지면서 가격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신용등급 강등으로 원·엔 환율이 약세를 보이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면 엔화 약세흐름이 이어지면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제약주와 일부 전자재료업체들,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의 자동차주의 약세는 일부 자문사의 비중 축소설과 일본 이슈가 맞물려 나타난 것이어서, 일본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영향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자동차와 함께 대표적인 수출주인 IT주의 강세흐름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