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화 세력의 구심적 역할을 해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간) 귀국했다.

AFP통신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에 거주해온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빈을 출발해 이날 저녁 카이로 공항에 도착해 가족과 친지,지지자들의 영접을 받았다.엘바라데이는 공항을 떠나면서 “이집트가 절체 절명의 순간에 있기 때문에 이집트 국민과 함께 하려고 왔다”고 밝혔다.

앞서 엘바라데이는 28일 열리는 시위에 참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그의 가세로 이집트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엘바라데이는 이집트로 출발하기 전 빈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이 바랄 경우 이집트의 ‘권력 이양’을 이끌어 나갈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다.

엘바라데이는 “국민, 특히 젊은이들이 내가 변화에 앞장서기를 원한다면 나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엘바라데이는 “당장 내가 우선시하는 일은 평화적인 변화를 통한 새로운 이집트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집트 정부에 대해선 사태가 더욱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엘바라데이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는 연행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시나이 지역의 주와예드에서는 베두인족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 시위대 1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집트 보안 당국의 한 관계자는 시위가 시작된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이집트전역에서 시위대 최소 1000명이 연행돼 구금 상태라고 밝혔다.

이집트 당국이 시위 확대와 엘바라데이의 귀국에 대응해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무바라크 대통령의 집권 여당 국민민주당은 시위대에 대화를 제의하기도 했다.

이집트의 사태 악화에 대해 유럽연합(EU)의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집트 정부에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는 시민의 권리를 전적으로 존중하고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