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개인주의자야." 직장에서 누군가 수군대는 말을 듣고 내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자라는 말은 탐욕스런 이기주의자 같은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언제부터 개인주의자가 집단으로부터 '공공의 적' 취급을 받게 됐을까.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은 인류의 역사를 집단의 역사라고 말한다. 빠른 발도,튼튼한 이빨도 갖지 못한 인간은 생존을 위해 뭉쳐야 했고 이는 인류의 유전자 속에 집단의 본능을 각인시켰다.

자신의 판단 기준과 선택을 중시하는 개인은 위험한 존재였다. 개인의 정신세계를 갈고 닦아 군자의 길을 택했던 공자,행위 자체보다 개인의 마음에 따라 선악을 판가름 했던 예수 등 선구적 개인주의자들은 모두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저자는 집단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시대에 개인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통찰한다. 한때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그는 집단과 그에 경도된 전체주의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었던 프랑스 혁명은 오히려 사회를 광기로 몰아넣었다. 개인이 실종된 권력의 빈 자리에는 성숙한 시민 대신 또다른 독재자가 들어섰다.

따라서 성숙한 개인들의 공동체가 아니고는 북한의 민주화,정치 선진화 등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다행히 빠른 경제발전과 인터넷의 전파는 개인이 자라고 성숙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관계 때문에 거짓을 진실이라고 우기지 않는 사회는 진정한 개인주의자의 탄생에 달려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