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재개발 ·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에 구역 내 도로 등 국공유지를 무상 양도하면서 용적률 인센티브까지 줘서는 안된다는 지침을 각 구청에 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조합 등 사업시행자가 기반시설을 새로 건설하면 용적률을 상향 조정받을 수 있고,용도 폐지되는 도로 등 기존 기반시설을 지자체로부터 무상으로 넘겨 받을 수 있다는 2008년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을 높여 주고 기반시설까지 무상으로 준다면 이는 해당 조합에만 특혜가 된다"며 "대부분의 조합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선택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는데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기반시설까지 무상으로 달라고 하고 있어 이 같은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이런 지침을 보낸 것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은 재개발 조합이 두 가지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 반면 국토법은 용적률 혜택을 받은 만큼 상당액을 제외하라고 명시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용적률 인센티브와 기반시설 무상양도는 이중 혜택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정법 개정을 2008년부터 계속 건의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이에 따라 소송이 잇달아 비용절감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정비계획 입안권이 구청장에게 있어 구청에 서울시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와 소송이 진행 중인 조합은 12개 정도로 알려졌다.

용적률 상향 혜택과 기반시설 무상 양도를 조건으로 사업을 진행해온 조합들은 서울시 지침에 반발하고 있다. 지침을 강제하면 분양 일정이나 공사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무시된다면 국가에 대한 신뢰도 있을 수 없다"며 "서울시의 이번 지침으로 사업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지인 합동법률사무소의 남기송 변호사는 "도정법과 국토법의 충돌 조항이 바뀌지 않는 한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