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경제 · 사회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 · 다보스포럼)이 26일 스위스 동부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닷새 일정으로 개막했다.

'새로운 현실의 공통규범(Shared Norms for the New Reality)'을 주제로 개막한 WEF는 이날부터 주요 20개국(G20)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험대응 네트워크(Risk Response Network)'구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올해 포럼에서는 글로벌 경제 안정을 위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역할 확대 방안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법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참석자들은 그러나 이번 포럼에서 자국이 처한 상황 대응에 유리한 쪽으로 토론을 이끌어갈 움직임을 보여 자칫 이렇다 할 결론은 내지 못한 채 '갑론을박'만 되풀이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부상한 신흥국들은 치솟는 물가를 잡으면서 살아나는 글로벌 경기도 죽이지 않는 방안을 주요 세부 토론 주제로 삼고 싶어 하는 반면 유로존 주요 국가와 미국 등 선진국은 고용 없는 성장을 타파할 해법과 관련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역할 확대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참가 규모가 커진 금융계 인사들의 로비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을 비롯해 브라이언 모이니핸 신임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 등 235명의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위스행 비행기를 탄 금융계 인사와 이들이 고용한 로비스트들의 가방에는 시행을 막거나 늦춰야 할 새로운 금융규제 목록이 가득 들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즈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후회와 반성을 위해 침묵을 지켰지만 이제 이를 끝낼 때가 됐다"고 말해 이번 포럼을 계기로 본격적인 영향력 행사를 시도할 뜻임을 내비쳤다.

한편 WEF 개막에 앞서 지난 25일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전 세계 CEO 1201명을 대상으로 올해 자사의 매출 증가 전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 48%가 '(매출 증가를) 매우 확신한다'고 답변했다고 발표했다. 리먼브러더스 붕괴 사태 충격이 본격화된 2009년 조사에서는 21%만이 '매우 확신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들 CEO는 글로벌 경제에 대해선 불안감을 드러내 '이중적' 전망을 갖고 있다고 PwC는 분석했다. CEO 응답자의 75%는 정치적 변동과 이상기후 등의 불확실성이 비즈니스 환경을 위협하는 요소이며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의 본격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데니스 낼리 PwC 회장은 "각국 공공 재정의 부실이 향후 가장 큰 우려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