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26일 아침 사내방송을 보던 삼성생명 직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주로 사내 소식을 전하는 방송에서 임직원 10여명이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을 재연하는 모습이 10분 이상 방송됐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은 ‘소통 프로젝트-뮤지컬 명장면 따라잡기’라는 주제로 삼성생명이 한달 동안 진행해온 프로그램이다.평소 얘기 한번 나눠본 적이 없던 각 부서의 사원과 대리 상무에 이르기까지 서로 소통해가며 뮤지컬 ‘그리스’ 의 명장면을 재연했다.

실제 공연은 지난 19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로비에서 ‘플래시 몹(flash mob)’ 형태로 진행됐다.플래시 몹은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로 약속해 한꺼번에 모여서 행사나 놀이를 한 뒤 바로 사라지는 군중을 말한다.이날 공연을 벌인 임직원들도 음악을 틀어놓고 15분간 깜짝 공연을 한 뒤 사라졌다.

이 공연은 사내방송팀이 ‘회사에서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의문에서 기획됐다.즐거움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신명나는 회사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뮤지컬이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이후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른 채 참여했던 임직원들은 일과 후에 틈틈이 연습을 해가며 서로의 생각과 차이점을 공유했다.

공연에서는 몸치에 가까웠던 직원들이 뮤지컬의 한 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원더걸스의 ‘노바디’ 노래에서는 고객지원팀 김한목 상무까지 몸을 흔들었다.방송에서는 미션을 위해 모인 임직원들이 서로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미션을 수행할 지에 대한 의문,친해지기 위한 노력 등이 담겨 소통이 왜 필요한 지,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감했다.

실제 미션에 참여했던 김현주 사원(27·여)은 “사원이 임원에게 춤을 가르치는 즐거운 경험이었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과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박근희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삼성생명에 소통의 바람이 거세다.박 사장은 “원활한 소통이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며 “상호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이기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 하며 소통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박 사장은 본사와 현장간 소통을 위해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틀에 한번씩 일선 지점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본사 정책에 반영했다.

소통의 조직문화는 회사 곳곳에서 감지된다.우선 1월 초 임직원의 스마트폰에 싱글(사내 인트라넷)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더욱 빠른 소통 체계를 갖췄다.어플리케이션에는 메일 조회,결재,임직원 조회 등의 기능이 포함돼 있어 회사 밖에서도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다.그동안에는 결재를 받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서로 연락과 결재가 이뤄진다.

24일에는 사내 전산망에 ‘세미나 마케팅 시스템’이 개설됐다.그동안 세미나는 지점별로 진행돼 각 지점별 노하우가 공유되지 못했다.하지만 이제부터 강사 선정,세미나 주제 등에서 서로간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며 도움을 받고 있다.

앞서 삼성생명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최고경영자(CEO)부터 일선 현장까지의 신속한 의사소통을 위해 팀 산하 조직이었던 본사의 파트 조직을 해체하고 경영지원실을 없앴다.기존 결재단계도 실무자-파트장(부장)-팀장(상무)-경영지원실장(부사장)-사장으로 5단계였지만 올해부터는 실무자-팀장(상무)-사장 등 3단계로 축소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직원간,부서간 소통이 중요하다”며 “소통은 업무 만족도 향상,기업 경쟁력 제고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소통경영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