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박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모 연예인이 입은 패딩 점퍼가 화제다. 평범해 보이는 패딩 점퍼 하나가 200만~3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몽클레르(Moncler)'란 브랜드다. 이처럼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2세의 옷처럼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라도 놓아서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몽클레르의 패딩은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정성을 들여 만든다. 물새에서 나온 깃털 하나하나를 모아 먼지를 제거하고, 세척 헹굼 살균을 거쳐 100도 이상으로 달군 오븐에서 건조를 하는 등 엄청난 공을 들여 만든다.

몽클레르는 1952년 솜이 들어간 침낭과 텐트에 덮개를 달아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1954년 의류업에 진출, 한겨울에도 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추위로부터 보호해 주는 방한복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다운 재킷이었다.

몽클레르가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은 건 최근의 일이다. 2003년 이탈리아 기업가 레모 루피니가 브랜드를 인수한 이후다. 당대 최고의 패션디자이너들인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준야 와타나베,팬디,쥐암 바티스타 발리,톰 브라운 등과 협업 상품을 내면서 획기적인 변신을 꾀했다. 2009년 매출액은 2억2000만유로(3350억원).루피니가 회사를 인수한 가격 3500만유로(533억원)의 여섯 배가 넘는다. 그러면 어떻게 루피니는 인수 7년 만에 몽클레르를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시켰을까?

답은 '집중'에 있다. 2003년 루피니가 처음 인수했을 당시 몽클레르의 상품 구성은 매우 복잡했다. 브랜드 시작은 다운 재킷이었지만,바지 셔츠 치마 양말 등 이것저것 다 팔고 있었다. 루피니는 다른 상품은 모두 정리하고 몽클레르의 뿌리이자 본질인 패딩 재킷에 집중하는 핵심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회사의 역량을 명품 패딩을 탄생시키는 데 온전히 쏟을 수 있었다.

집중 전략은 제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고객 타기팅에도 역시 집중했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명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루피니는 전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홍콩 도쿄 파리 등에 유명 인사들만 출입할 수 있는 '부티크 숍'을 열었다. 그 결과 단순히 명품 패딩에 그치지 않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선망의 대상으로까지 몸값이 높아졌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용품으로서의 기능성보다는 스타일리시한 패션성에 집중했다. 유명 패션디자이너들과 협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물품'을 고수했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도 최근 '잡동사니는 치워 버려(get the crap out)'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것저것 다 있는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이 더 오래가는 법이다. 유명한 맛집들에는 메뉴가 하나밖에 없지 않는가?

IGM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상무·이승엽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