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비중 1위인 삼성전자가 파생상품시장에서도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박스권에 갇혔던 주가가 지난해 말부터 고점을 잇따라 경신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상장된 주식워런트증권(ELW)은 20일 기준 311개 종목으로 작년 말 259개에 비해 20.0% 급증했다.

삼성전자 ELW는 상장돼 거래 중인 6692개 개별종목 ELW 중에서 하이닉스를 제치고 발행수 기준 1위가 됐다. 삼성전자 ELW의 1위(지수ELW 제외)는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43조원으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12.22%(24일 기준)를 차지하지만 지금까지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절대적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지루한 박스권에 갇혀있다 보니 레버리지를 중시하는 ELW시장에서는 하이닉스와 LG전자 등에 관심을 빼앗겼었다"며 "ELW 발행은 주가에 후행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뛰자 발행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은 맥쿼리증권 상무는 "삼성전자 콜ELW를 살짝 외가격(해당 자산 시장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낮아 수익이 나지 않은 상태)에 사놓으면 나중에 주가가 올라 큰 수익이 가능해 인기가 높다"며 "올 들어 개별종목 ELW의 거래대금이 일평균 3500억원에 달하며 사상 최대가 된 것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전개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주식선물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하루 평균 거래대금 300억원을 지난해 말 처음 돌파했다. 이에 따라 주식선물시장 최대비중을 차지했던 하이닉스 우리금융 기아차 3인방의 거래비중은 지난해 11월 73.7%에서 12월 61.5%로 줄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 선물은 높은 주가 때문에 증거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인기가 적었지만 최근 높아진 변동성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비싼 주가에도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도 인기가 줄지 않고 있다"며 "현물시장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시장에서도 '황제의 귀환'이 펼쳐지고 있는 배경"이라고 평가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