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5일로 예정됐던 개헌 의총을 다음 달 8~10일로 연기했다. 개헌 논의에 대한 당내의 부정적 기류와 의원들의 외유,구제역 파동 등을 감안한 것이다.

안상수 대표는 24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론을 정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출석률을 높일 수 있는 시점에 의총을 하는 게 좋겠다"며 의총 연기를 제안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25일로 예정됐던 개헌 의총 참석 여부를 파악한 결과 해외출장과 지역 의정보고회 등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과반수에 달하는 의원이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와 부득이하게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구제역과 물가불안 등 민감한 민생현안이 즐비한 상황에서 당이 정치적 이슈를 부각시킬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농촌 지역 출신 의원들은 구제역에 따른 정부와 지자체의 후속지원 문제에 온 힘을 쏟고 있고,도시 지역 의원들도 물가문제에 민심이 사나운데 당이 이를 외면하는 모양새를 보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개헌 논의에 대한 부정적인 당내 여론이다. 최고위원 중에서 홍준표,나경원,서병수 의원 등이 개헌 논의 착수에 부정적이고,당내 소장파도 개헌 의총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친박 측이 개헌 의총에 '무관심 전략'으로 나올 것으로 알려져 개헌 논의가 시작부터 맥이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의총 연기 배경을 알아봐야겠지만 무리한 시도로 개헌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일단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고 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