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인(대표 황규빈필립 · 사진)은 전력선 통신기술(PLC · Power-Line Communication)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 기술은 전력선을 단순히 전력 공급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도 함께 실어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기술표준(KS)을 획득했을 뿐 아니라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유일하게 국제 표준으로 채택받은 기술이다.

전력선 통신기술은 원격검침,산업 자동화,홈네트워크,전기자동차 제어,부하 감시,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현재 기술적 검증이 완료돼 상용화가 이뤄진 분야는 젤라인이 한국전력공사 등과 함께 연구 · 개발한 무인 원격검침 기술이다.

원격검침 기술은 전자식 전력량계가 전력선 통신용 전용 모뎀과 결합해 각 가정의 전력사용량은 물론 시간대별 사용 현황 등의 정보를 별도의 통신선 없이 전력선을 통해 전력회사에 전달하는 기술이다.

전력선 통신에는 전용 PLC 칩은 물론 이를 지원하는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적이다. 1999년 창립한 젤라인은 12년이라는 개발 기간과 약 350억원의 연구 · 개발비를 투입해 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전과 수년간의 시범사업 끝에 마침내 지난해 12월 전국 50만세대를 대상으로 PLC 원격검침망 구축 관련 제품들을 공급했다.

이 기술은 스마트그리드망 구축에 핵심적으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그리드는 첨단 검침 인프라(AMI ·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구축을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으며 그 첫 단계가 원격검침인데 젤라인은 이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젤라인은 지난해 6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개도국 통신 인프라 지원 사업에도 참여해 인도 아삼주에 전력선을 이용한 원격검침과 인터넷통신 서비스 설치 시범사업을 마쳤다. 최근에는 에어컨의 냉매관을 통신선으로 활용하는 PLC 기술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로부터 대한민국 신기술(NET)로 인증받기도 했다.

황규빈 대표는 미국 거주 시절 자신이 만든 벤처기업을 재미 한국인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시킨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인이다. 황 대표는 "전력선으로 통신이 가능한 세상이 열리고 있고 이미 젤라인의 고속 PLC 기술이 우리 일상 속에서 조금씩 사용되고 있다"며 "PLC 분야의 퀄컴이나 인텔 같은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