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채굴가능한 천연가스 양을 기존 추정치의 두 배로 올렸다.

앤소피 코뷰 IEA 선임연구원은 21일 영국 BBC방송에 출연해 "채굴 기술의 발달로 셰일가스 등 '비(非)전통 가스'의 생산가능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 소비 규모로 250년 동안 쓸 가스를 채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천연가스는 120여년 안에 고갈될 것으로 추정돼왔으나 비전통 가스의 개발로 공급가능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I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920조㎥의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셰일가스 매장량은 456조㎥로 전통 가스 매장량(187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뷰 연구원은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란 혈암(頁巖)이라 불리는 단단한 바위층에 함유된 천연가스를 말한다. 존재 자체는 널리 알려졌지만 채산성이 떨어져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바위에 구멍을 뚫고 높은 수압을 통해 가스를 추출하는 시추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로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기존 가스전의 생산 부족으로 자국 내 수요의 30%가량을 수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셰일가스 개발이 늘면서 2009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셰일가스에 대한 각국의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도 릴라이언스는 지난해 미국 아틀라스에너지 및 파이어니어로부터 미국 내 셰일가스전 지분을 사들였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도 지난해 말 텍사스주 이글포트 셰일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약 21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IEA는 비전통 가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나라로 호주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를 지목했다.

비전통 가스 혁명은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파티흐 비롤 IEA 연구원은 "천연가스는 탄소배출량이 석탄의 절반에 불과해 녹색시대를 준비하는 '과도기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