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최소 5일 60분씩 운동해야, 암 예방하고 정신건강에도 좋아
유산소운동·근력운동 병행해, 근육량 늘리고 유연성 길러야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노화 촉진
인류의 운동량은 300년 전부터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운동 기피 경향은 세계적으로 공통이며 운동부족이 사망을 부르는 4대 위험요인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운동부족은 비만인구를 늘릴 뿐만 아니라 암 심장병 당뇨병 골다공증은 물론 우울증 치매 등의 발병률을 높여 수명을 단축하거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운동이란 후천적인 노력이 선천적인 유전형질보다 강력하게 건강에 좌지우지함은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핀란드 연구진이 1975년부터 20년간 성별이 같은 1만6000쌍의 쌍둥이들을 추적조사한 결과 이 기간 중 1253명이 사망했고 이를 다른 위험요소를 제외하고 분석한 결과 운동그룹(한 달에 6회 이상,1회 30분 이상)은 비(非)운동 그룹보다 43% 낮은 사망률을 보였다. 또 간헐적 운동그룹(한 달에 1~5회)은 비운동 그룹보다 사망률이 29% 낮았다.
중요한 것은 운동그룹에 속한 쌍둥이들은 운동하지 않는 자신의 쌍둥이 형제들보다 56% 낮은 사망률을 보였다. 간헐적 운동그룹에 속하는 쌍둥이들 역시 운동하지 않는 자신의 쌍둥이 형제들보다 34% 낮은 사망률을 나타냈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들은 '규칙적 운동'의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는 주 3일 이상,한번에 30분 이상 정도의 운동량으로는 건강을 증진시키기에 미흡하다고 밝히고 있어 더 긴 시간,강도 높은 운동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전태원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주 3일 이상,매회 30분 이상 운동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암이나 성인병에 걸리지 않고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량"이라며 "1주일에 최소 5일 운동하고,하루 동안의 누적운동시간이 60분 이상을 넘어야 신체기능의 퇴화를 막고 질병에 걸리지 않으며 정신건강도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더 높은 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담긴 것이다.
2008년 발표된 미국인활동량가이드라인은 암 가운데 미국인에게 가장 흔하고 운동부족이 주된 발병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유방암과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중등도의 운동이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일주일에 210~420분간 활동하라고 적시했다. 따로 시간을 내 운동하는 시간은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걷기 등도 포함한 시간(가사노동은 제외)이지만 자가용을 많이 타고 다니고 엘리베이터 등을 애용하는 미국인들이나 도시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겐 210분마저도 운동으로 채우기가 쉽지 않다.
암은 신생세포가 사멸세포보다 많고,대사 이상으로 양성종양이 악성종양으로 전이되고,죽어야 할 세포들의 세포자살(apoptosis)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생긴다. 또 나이를 먹음에 따라 점점 단축되는 텔로미어(염색체 말단 소체)가 잘 복원되지 않고,잠재된 암 유발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암 억제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을 때 생긴다.
전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거의 모든 암을 30~50%가량 예방할 수 있고 운동량에 비례해 암이 억제된다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지만 왜 그런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며 "다만 면역,호르몬 등 신진대사 시스템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성화되면서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즉 몸에 좋지 않은 이물질과 병원체를 잡아먹는 임파구가 활성화되고,엔돌핀 · 세로토닌 같은 긍정적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며,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효소(SOD등)가 활성화되는 등의 운동 효과가 암 발병을 억누른다는 설명이다.
1970년부터 30년 가까이 스포츠의학계에서 강조돼온 것은 주로 유산소운동이었다. 정상범위를 넘는 혈압 혈당 혈중지질을 낮추고 심폐지구력을 향상시켜 생활체력이 증진되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그러나 최근엔 연령에 상관없이 근력운동이 강조되는 추세다.
전 교수는 "유산소운동이 현상유지를 의미하는 '웰빙(well-being)''웰니스(wellness)' 개념의 운동이라면 웨이트트레이닝은 최적의 건강상태인 '피트니스'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근력운동을 강화해 근력과 근지구력은 물론 유연성 순발력 민첩성을 종합적으로 발달시켜야 노화로 인한 심신의 기능상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나친 운동이 노화와 암을 촉진한다는 반론도 많다. 하지만 전 교수는 "운동으로 유발되는 유해 활성산소나 질소계 화합물은 유전자를 깨뜨려 암을 유발하고 노화를 유발하는 독이 되지만 마라톤 같은 극렬한 운동이 아니라면 지속적인 운동은 오히려 유해활성산소를 무력화시키는 항산화효소계를 강화시킨다는 게 최근의 연구결과"라고 소개했다.
또 "과거에는 암 환자에게 걷기 등 가벼운 운동만 권장했지만 지난해 8월 미국대학스포츠과학회(ACSM)는 암 환자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주 5일 이상,매회 60분 이상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며 "암의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운동이 필수적이라는 게 최근 트렌드"라고 전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