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없고,저럴 수도 없고…."

금융당국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한시적 유예조치가 끝나는 오는 3월 말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다. DTI를 부활하자니 미약하게 회복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뻔하고,더 연장하자니 급증세를 보이는 가계부채 문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8월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무주택자와 1세대 1주택자가 투기지역(강남 3구)을 제외한 곳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DTI 규제를 오는 3월 말까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거래 위축으로 신규 아파트에 입주하거나 이사를 해야 하는 국민의 불편을 감안해 DTI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것이다.

문제는 한시적 완화 시한이 다가오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택거래'와 '가계부채'가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아파트 거래량은 4년 만에 최대였다. 실거래가 신고 건수는 6만3192건으로 전달보다 18% 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거래 활성화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거래가 신고가 매매 계약 체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뤄지는 만큼 작년 가을 이사철 거래량이 반영됐고,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많았다는 것이다.

주택 매매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전세 대란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DTI 규제 완화의 부수적 효과로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DTI 완화 시한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물가대책을 발표하면서 "1,2월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DTI 규제 완화 조치 이후 은행과 저축은행 신협 등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작년 10월 3조5000억원,11월 4조3000억원,12월 4조9000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었던 2006년 11월(5조1000억원) 이후 최대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가계빚이 늘어나는 것은 거시경제 운용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DTI 문제는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한 뒤 3월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무게를 둘 것이냐,가계부채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냐에 따라 DTI 규제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주택구입 희망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