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상 최초로 100만원을 돌파하면서 증권가에선 증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다. 시장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100만원 등극이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초석이 돼 코스피지수 추가 상승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다.

19일 오후 2시45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20%(3만1000원) 오른 100만원을 기록 중이다. 4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간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100만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 경신과 함께 황제주로 등극했다. 일본 엘피다가 D램 가격 인상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경쟁사인 애플의 CEO(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낸 사실 등이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

증권업계에선 한국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100만원선을 뚫었다는 것은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IT(정보기술)주가 주도주에 합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을 날리며 시장에 힘을 실어줄 사안"이라며 "코스피지수 2100선에서 증시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삼성전자라는 대표기업이 IT업종을 주도하며 이 같은 우려를 떨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기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신뢰성과 안정성을 강화, 코스피지수가 PER(주가수익비율) 12.5배(2400)까지 올라가는 길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도 "삼성전자 100만원 돌파는 포스코 등 다른 종목들에게도 재평가 과정의 길을 뚫어준다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2000년 6월 국내 증권사에선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제시한 임홍빈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0만원 돌파는 준(準)애플급 대우를 받게 된다는 의미인 동시에 가장 저평가된 IT주인 삼성전자의 주가 리레이팅이 진행된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추가 상승을 점쳤다. 현재 목표주가는 125만원으로 제시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100만원 돌파를 시장의 '노란불'이 켜진 것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실적과 업황에 비춰 삼성전자의 추가 상승 여력에 의구심이 남아있고, 상징성있는 단위를 넘어서면서 단기적으로 고점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잠정치가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낙관적 심리가 팽배한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날 IT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자동차와 화학 등 그동안 시장을 밀어올렸던 업종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험적으로 반도체업종이 홀로 강세를 보일 경우 시장의 모멘텀(상승요인)이 약화됐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