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D램 가격을 10% 인상 요청했다는 소식이 국내 반도체주 상승에 불을 지폈다.

18일 오전 10시47분 현재 삼성전자는 2만2000원(2.32%) 오른 97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중 97만2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하이닉스도 3.53% 오르며 사흘만에 반등을 꾀하고 있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엘피다는 이달 중에라도 D램 가격을 인상할 방침을 굳혔다.

이 신문은 "엘피다가 일본 내외 컴퓨터 제조업체에 D램가격을 현재보다 10% 인상하는 방안을 요청할 것"이라며 "2~3월 출하분의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두고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D램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사실상 백기를 든 것. 이는 일본 엘피다의 원가경쟁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공정 전환을 위한 투자금액도 축소되며 1, 2위 업체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엘피다 측이 신문 보도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며 "PC 업체들과 D램 가격을 인상하는 쪽으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결과는 지켜봐야하겠지만 D램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D램 가격이 상승 추세로 돌아서는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기대에 하이닉스 등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엘피다와 PC 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이 완만히 진행되지 않더라도 D램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 관련 뉴스가 사실이던 아니던 D램 업체들에게는 좋은 뉴스"라며 "D램 제조업체와 PC 업체 등이 D램 가격 하락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던데다 앞으로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D램 가격 하락으로 대만 등 2군 업체들이 공급량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메모리 콘텐츠 증가로 최근 D램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 상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전세계 시장점유율(M/S)이 60%가 넘는다"며 "이 두 회사가 D램 가격이 추가적으로 내리는 것을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D램 가격 반등은 기정사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D램 가격이 엘피다의 현금원가 수준인 1.2달러 이상 무한적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부각되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