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초고압 케이블을 중심으로 호황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한 축은 중국 등 신흥시장 국가들의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고,또 다른 한 축은 선진 시장의 송전망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초고압으로 고도화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선진국 노후설비 교체 수요 급증

선진 시장은 설비가 노후화돼 정전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교체 투자 압박이 증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송배전 단계에서의 전력 손실률이 1970년대 5% 수준이었던 것이 현재는 7%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국의 송전망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집중적으로 구축돼,물리적 수명인 30~40년이 경과하면서 교체 사이클이 도래했다. 유럽에서는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활성화돼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도 발전 방식만 다를 뿐 별도의 송전망이 필요하다.

신흥국들은 산업 인프라를 확대하고,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전선시장은 지난해 11% 성장한 것을 비롯해 향후 4년간 연평균 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 전선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3%로 추정된다. 지금처럼 고유가 시대에는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등 산유국의 오일머니가 풍부해져 산업 다각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확대된다. 국내 전선업체들은 중동 및 아시아 지역에서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세계 전력선 시장은 상대적으로 송전용 초고압 케이블보다 배전용 중저압 케이블 수요가 강한 상황이지만,초고압 케이블도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초고압 케이블은 유럽 전력망 연결 수요가 여전한 데다 중국 · 중동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안 부진했던 북미 지역도 발주가 재개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5억유로의 자금을 해상 풍력단지를 구축하는 데 투자하고 있고,12개 전력망 연결 프로젝트에 9억유로를 배정한 상태다. 작년 3분기 말 현재 세계 1위 전선업체 넥상스(Nexans)의 초고압 케이블 수주 잔액은 18개월치로 증가했고,2위 프리즈미안(Prysmian)의 해저 케이블 수주 잔액은 2.5년치에 이른다.

◆중국,초고압전력망 구축에 10년간 47조원 투자

중국의 전력선 · 중전기시장은 향후 10년간 급격하게 성장,국내 업체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2015년까지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기간에 화베이(華北),화둥(華東),화중(華中)에 '3종-3횡-1환'의 초고압 전력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투자비는 2700억위안(47조원) 규모로,1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때의 초고압 전력망 투자액에 비해 13배나 많은 규모다.

또 2020년까지 △'3화(華)' 초고압 전력망 △동북 초고압 전력망 △서북 초고압 전력망을 수송기지로 구축하고 대형 화력발전기지,수력발전기지,원자력발전기지,신재생에너지기지와 연결하는 이른바 '1특 4대' 개념의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4조위안(7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전력망 구축 계획의 특징을 요약하면 △'3화' 지역에 세계 최고 수준인 1000㎸급 초고압 전력망을 대규모로 구축하고 △고압 직류 송전(HVDC)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해외 업체들에 시장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중국은 에너지 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하고,신재생에너지가 대부분 원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규모 · 장거리 · 고효율 송전을 위해 초고압 전력망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화력 및 수력발전소가 북부와 서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전력 수요가 많은 산업단지는 동부와 남부에 몰려 있는 점도 효율적인 전력망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중국 정부는 전력 생산 및 사용의 최적화,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너지 절감 및 저탄소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 2020년까지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한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일정이다. 중국은 또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5%까지 높이고,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향후 그린 비즈니스는 전선 · 중전기 업체들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그린 비즈니스가 갖는 의미는 성숙산업으로 여겨졌던 에너지 · 전력산업이 정보기술(IT)과 접목돼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전기차 부품,신재생에너지를 큰 축으로 한다. 특히 스마트그리드는 분산전원 시스템이 활성화돼 배전단의 혁신적인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일진전기와 같은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혜가 클 전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위원 jisan@kiw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