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개폐기 단순 고장" … 업체 "과부하로 폭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정전 사고 책임 논란
정확한 원인은 정밀조사 끝나야 … 한전 과실 드러나면 소송 가능성
정확한 원인은 정밀조사 끝나야 … 한전 과실 드러나면 소송 가능성
GS칼텍스 등 석유화학 업체들이 모여 있는 여수산업단지 일대에 17일 정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전력사용량이 사상 최고치인 7314만㎾를 기록하며 예비전력이 비상 상황인 400만㎾에 근접한 가운데 벌어진 상황이라 '전력대란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정전사고는 오후 4시8분 발생했다. 23분 만인 오후 4시31분 복구됐지만 여수산단 기업들은 정전으로 인해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기업들은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피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한국전력은 그러나 전력 과부하에 따른 정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전은 이날 오후 긴급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정전은 전력 수급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전력 수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 측은 여수화력에서 여수산단 내 변전소인 용성변전소로 가는 15만4000V 전압의 전력이 순간적으로 떨어졌다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정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력 광주전력관리처 순천전력소 관계자는 "저전압으로 모터에 부하가 일어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왜 저전압이 일어났는지,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등을 밝혀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날 사고는 인재라기보다는 전기적 현상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여수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정전은 여수산단 내 일부 업체에만 국한됐다"며 "과부하 때문에 정전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신중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과부하로 인한 정전이라면 광범위하게 연쇄적인 정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전 측 설명대로 개폐기 고장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정밀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정전 시점이 하필이면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다. 전국적으로 전력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과부하 등으로 여수산단에서 정전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는 한전이 관리하는 전기 선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전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도 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체는 "과부하가 걸려 변압기가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2006년 여수산단 정전 당시에도 한전은 전력을 공급하는 한전 측의 설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일부 업체의 공장 내 송전 선로 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의견이 갈렸다.
정전 사고가 한전의 책임으로 드러나면 업체들이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로 여수산단 내 불완전한 전력 체계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잦은 정전 사고에 대해 근원적 대책과 함께 안정적인 전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산단 내 전력 공급은 여천변전소와 화치변전소,용성변전소,여수화력발전소,호남화력발전소 등 5곳이 담당한다. 이들 선로 가운데 단 한곳에서만 이상이 발생해도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며 최악의 경우 산단 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
순천전력소 관계자는 "산단에 공급하는 전력 특성상 한 업체에 공급하는 전력 공급이 끊길 경우 다른 업체에 공급하는 전력도 연쇄적으로 다운된다"며 "이중선로가 돼 있더라도 모터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정전을 막을 길은 없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hankyung.com